뉴스 읽듯 대사 ‘앵커 김태희’… 부정확한 말투 ‘멍지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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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극배우 평점 ‘男高女低’

사극 연기 누가 누가 잘하나
사극은 연기하기 어려운 장르다. 동시대를 다루는 현대극과 달리 말의 빠르기나 장단음 구분, 사극 특유의 동작 등 형식이 엄격해 물 흐르듯 연기를 해내지 못하면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사극에 출연하는 톱스타들은 시청자들의 혹독한 연기력 비판을 받는 경우가 많다. KBS 수목드라마 ‘천명’,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출연하는 남녀 주연배우도 예외가 아니다.

전문가들이 보는 이들의 사극 연기력은 어떨까. 대중문화평론가, 연기전문가, 방송관계자 등 전문가 10명에게 ‘천명’의 송지효와 이동욱, ‘장옥정…’의 김태희와 유아인, ‘구가의 서’에 나오는 수지와 이승기의 연기력을 평가해 달라고 의뢰했다.

평가 결과 여배우들의 점수가 대체로 낮았다. 특히 장옥정을 연기하는 김태희의 점수가 10점 만점에 5.4점으로 가장 낮았다. “미모가 강점이자 약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예쁜 외모가 몰입을 방해하고, 딱딱한 말투와 시선 처리가 거슬린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장옥정은 없고 한복 입은 예쁜 김태희만 보인다. 사극을 이끌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는 연기력이다”라고 혹평했다. “장옥정이 옷감 마름질하는 장면에서는 김태희의 전공(의류학)이 빛났다”(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냉소적 반응도 있었다.

인터넷에는 ‘앵커 김태희’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앵커가 뉴스를 전하는 것처럼 연기가 부자연스럽다는 뜻이다. 다만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현대극보다는 사극 연기가 낫다”는 호평을 내놨다.

‘구가의 서’의 수지와 ‘천명’의 송지효는 5.6점으로 동점이었다. 두 사람 모두 영화 ‘건축학 개론’의 국민 첫사랑(수지)이나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멍지효 캐릭터(송지효)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지수 김지수연기아카데미 원장은 수지에 대해 “긴장을 풀지 못해서인지 몸이 너무 뻣뻣하다. 반면 가만히 쳐다보는 눈빛이 사람을 당기는 매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공희정 스카이라이프 팀장은 “또래에 비해 연기는 안정된 편이다. 부족한 연기력은 풋풋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불편하진 않다”고 했다.

송지효의 사극 연기에 대해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지나치게 현대적인 발성”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석희 씨는 “무거운 사극에서 코믹한 분위기를 섞어내기가 어려운데 그 사이를 쉽게 넘나들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남자 배우들의 점수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장옥정…’에서 숙종 역을 맡은 유아인과 ‘구가의 서’에서 반인반수를 연기하는 이승기는 8점으로 공동 1위에 올랐다. 이승기의 연기에 대해서는 “기본기가 있고, 비교적 무난하게 연기를 잘한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이와 달리 유아인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카리스마 있는 숙종 연기를 선보였다.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극찬한 반면 안혁모 IHQ연기아카데미 원장은 “옛날 ‘성균관 스캔들’ 등에서 보여준 패턴과 유사해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천명’에서 최원으로 나오는 이동욱은 서구적인 외모 탓에 경쟁자들보다 낮은 7.4점을 받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절절한 내면연기부터 코믹한 것까지 모두 소화 가능한 배우지만 이국적인 외모가 사극의 주연으로는 잘 맞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사극#연기#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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