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탱고에 끈적거림이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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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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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탕게라’ ★★★

‘탕게라’의 주인공 지젤과 로렌조의 탱고. LG아트센터 제공
‘탕게라’의 주인공 지젤과 로렌조의 탱고. LG아트센터 제공
뮤지컬 ‘탕게라’에서 탱고 추는 여자 탕게라와 탱고 추는 남자 탕게로의 끈적끈적한 몸놀림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탕게라’는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에서 만든 아르헨티나 최초의 댄스 뮤지컬 작품이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아르헨티나의 항구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배경으로 프랑스에서 온 이민자 지젤과 그를 사랑하는 로렌조의 비극적 사랑을 그렸다. 2002년 아르헨티나에서 초연될 당시 경제위기 속에서도 18개월 동안 흥행에 성공했다. 뉴욕, 런던, 파리, 모스크바, 베를린, 일본에서도 선보였고 세계적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극찬했을 정도다.

‘탕게라’는 대사 없이 춤과 음악, 4곡의 노래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르헨티나에서 날아온 뮤지션들의 라이브 연주와 30여 명의 남녀 댄서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항구와 뒷골목 카바레를 오가는 무대 위에서 추는 탱고로 모든 감정을 표현한다.

탱고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이렇다. 때리는 듯한 가학적인 동작과 지젤의 몸을 거꾸로 붙잡고 휘돌리는 거친 몸놀림은 지젤을 탐내는 뒷골목 보스와 추는 탱고다. 반면 지젤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허리를 감싸 안는 부드러운 몸놀림은 순수청년 로렌조와 추는 탱고다. 보스와 지젤, 로렌조의 삼각관계가 절정에 이르면 셋의 트리오 탱고가 시작된다. 지젤을 사이에 두고 두 남자가 뺏고 뺏기다 셋이서 함께 탱고를 춘다. 그들의 사랑과 질투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문제는 음악과 줄거리다. 반도네온, 색소폰,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로 구성된 밴드가 탕게라를 위해서 작곡된 음악은 다 어디서 들어본 것처럼 귀에 너무 익숙해 신선감이 떨어졌다. 순정남녀의 사랑이 암흑가 보스의 개입으로 파국을 맞는다는 이야기는 반전 없이 너무 평면적으로 전개됐다.

제일 아쉬웠던 건 춤이었다. 무용수들의 춤은 기술적으론 뛰어났지만 탱고 하면 떠오르는 정열과 도발의 연기력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특히 순애보의 주인공으로 그려진 남녀의 춤에서라도 뜨거운 전율이 흘렀더라면 객석의 반응은 더욱 뜨거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 : i : :

다음 달 8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5만∼13만 원. 02-2005-0114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탕게라#탱고#무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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