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발의 ‘화학물질 사고때 매출액 10% 과징금’ 법안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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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과도한 부담에 경영위축 우려”
사상자 발생때 처벌 조항도 신설, 與 “과잉처벌 소지”… 법사위 처리 무산

유해물질 사고 처벌 강화를 담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전부 개정 법률안’(유해물법)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유해물법은 경북 구미시 불산가스 유출 사건과 잇단 화학물질 사고의 후속 대책 차원에서 마련됐다. 화학물질 유출 사고로 중대한 피해가 발생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야 하는 해당 업체에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고, 업무상 과실로 사상자가 발생한 화학물질 사고를 냈을 때 3년 이상의 금고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기존 유해물법에 비해 과징금 규모와 처벌 조항을 더 강화해 업체의 법적 책임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민주통합당 한정애 의원이 5일 대표 발의했고 23일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와 24일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만 남겨 놓고 있다. 29일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관련 업계 및 경제 5단체의 법안 철회 요구 등으로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는 30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와 경제5단체는 이 법안이 기업에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며 법률체계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반발한다. 사실상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경제5단체는 29일 새누리당 지도부에 제출한 ‘법사위 상정 법률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 긴급 건의’라는 자료를 통해 이 법안이 ‘업계의 영업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과징금 등으로 기업 경영 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화학물질을 다량 취급하는 석유·화학업종의 영업이익률은 3.3% 수준이다. 경제5단체는 또 ‘업무상 과실 치사상에 대한 벌칙 규정을 신설한 것은 형법,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복되고 형량도 과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해 당사자의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고,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국민 안전과 관련한 입법인데도 정부 여당과의 의견 교환도 없이 야당 의원 주도로 추진되는 등 국정 운영의 혼선을 보여 준다는 주장도 나온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과잉 처벌 논란이 있고, 피해 산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재희 중기중앙회 부회장은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 등을 만나 중소기업의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데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그는 “유해물질 규제 이슈는 중소기업이 우려하고 있다. 부담이 일시에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환노위 소속 야당 의원들(7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더는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여야 6인 협의체’에서 우선 처리 법안으로 지정해 환노위를 합의 처리로 통과한 이 법안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해물법을 대표 발의한 한정애 의원은 “16일 환노위 차원에서 관련 공청회를 열었고, 법안에 환경부가 타 부처와 협의해 수렴한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에서는 하도급법 개정안도 여야 간 합의 불발로 무산됐다. 이 법안은 부당 단가 인하, 발주 취소, 부당 반품 등의 행위에 대해 피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유해물질법#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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