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자녀 둔 맞벌이 학부모들, 가정의 달 5월은 ‘잔인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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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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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량휴업에 ‘허걱’ 아이 맡길곳 없는데 “근로자날 - 석탄일 전후 휴업”
선행학습에 ‘허덕’ 이제 갓 입학했는데 “2학년 과정 구구단 외워와라”

서울 마포구에 사는 A 씨는 ‘5월 1일 학교가 쉰다’는 통지문을 지난주에 받았다. 교사는 근로자가 아니지만 급식보조와 행정직원이 쉬어야 하니까 휴업을 한다는 설명이었다.

공무원인 A 씨는 근로자의 날에 쉴 수가 없어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두 아이를 맡길 곳을 찾아나서야 했다. 그는 “갑자기 휴업 통보를 받으면 정말 막막하다. 행정직원이 쉰다고 교사까지 쉬겠다니 누굴 위한 학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5월을 앞두고 일부 초등학교가 갑자기 재량휴업을 하는 바람에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가 애를 먹고 있다.

○ 사전 통보 없는 재량휴업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재량휴업은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년 시작 전에 결정한다. 연간 휴업일정은 학년 초에 학부모에게 알려주지만, 일부 학교는 휴업일 직전에야 통보한다.

특히 근로자의 날과 부처님오신날이 포함된 5월은 재량휴업으로 많은 맞벌이 학부모가 몸살을 앓는다. 근로자의 날은 말 그대로 근로자만 쉬는 법정휴일이라서 근로자가 아닌 학부모는 고충이 더하다.

올해는 부처님오신날(금요일)을 전후한 목요일이나 월요일에 재량휴업을 결정해 나흘 연속 쉬는 학교가 적지 않다. 재량휴업은 사유가 정해져 있지 않고 교육청에 보고할 필요가 없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이 전국 360개 초등학교의 재량휴업 현황을 조사해 2011년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내용에 따르면 휴업일수는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서울은 평균 5.1일로 전국 평균(2.1일)의 배가 넘었다. 전체 휴업일 중 사유가 불분명한 재랑휴업이 64.9%나 됐다.

○ 학원 내모는 선행 강요

학부모들은 4월 중순 이후 선행학습 문제로 더 난감해한다. 단원평가나 중간평가가 이어지면서 일부 교사가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은 부모를 압박하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의 초등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킨 B 씨는 구구단과 알파벳을 가르쳐 보내라는 전화를 담임에게서 세 차례 받았다. 구구단은 2학년 교과과정인데도 담임은 “다른 아이들은 다 아는데 모르는 아이 때문에 학업에 방해를 받는다”고 했다. 퇴근이 늦어 집에서 자녀를 가르칠 여력이 없는 B 씨는 할 수 없이 학습도우미를 알아봤다.

서초구 초등학교에 3학년 자녀를 보내는 C 씨는 최근 반차를 세 번이나 냈다. 영어평가 결과가 떨어지는 아이의 학부모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에 나와 진도상담을 받으라고 담임이 통보하면서였다. 평일 오후에 학교에 나가기가 어렵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담임은 학급 전체 진도가 느려진다며 싫은 소리를 했다. C 씨는 “같은 반 학부모 중에 워킹맘이 3명뿐일 정도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직장을 그만두는 엄마들이 많다. 휴직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량휴업은 학교장의 재량사항이라서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선행학습은 정책을 다듬는 중이지만 개별 교사의 부당한 사례는 교육청을 통해 지도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에 그쳤다. 정부는 법까지 만들어 선행학습을 막겠다고 예고했고, 대통령 역시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교육 현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재량휴업#가정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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