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희망 송아지’로 다문화가정 ‘희망 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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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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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전남본부 이주여성 지원사업 눈길

“제가 준 볏짚을 먹고 자란 소가 귀여운 송아지를 낳았어요. 새끼가 태어나면 주위의 어려운 친구에게 나눠주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게 돼 너무 행복해요.”

전남 보성군 벌교중앙초등학교 6학년 박아영 양(13)은 올 2월 설 명절을 앞두고 6개월 된 송아지를 인근 마을 다문화가정에 보냈다. 어머니가 필리핀 출신인 박 양은 2년 전 농협전남지역본부의 ‘희망 송아지 나눔 사업’을 통해 암송아지 한 마리를 받았다. 농협은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와 함께 다문화가정 자녀의 진학을 위한 종잣돈 마련에 도움을 주기 위해 2011년부터 송아지 분양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이들이 키운 소가 새끼를 낳으면 첫 번째 송아지를 다른 다문화가정에 재분양해 ‘희망의 끈’을 이어가도록 했다. 박 양은 ‘릴레이 분양’의 첫 사례다. 박 양의 아버지 박인수 씨(54)는 “분양받은 소가 수송아지를 낳는 바람에 집에서 키우던 암송아지를 분양했다”며 “어미 소는 우리 딸 대학 갈 때 학자금으로 쓸 계획”이라고 웃었다. 박 양으로부터 송아지를 받은 베트남 출신 누엔티녹탕 씨(27)는 “남매가 아직 어리지만 남편이랑 소를 잘 키워 내가 받은 희망을 다른 다문화가정에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다문화가정의 후원자

농협전남지역본부는 다문화가정에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 새싹들의 꿈을 그리는 나들이’에 초청된 다문화가정 자녀가 어머니와 함께 말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다. 농협전남지역본부 제공
농협전남지역본부는 다문화가정에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 새싹들의 꿈을 그리는 나들이’에 초청된 다문화가정 자녀가 어머니와 함께 말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다. 농협전남지역본부 제공
농협 전남지역본부가 다문화가정에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송아지 나눔 사업을 비롯해 다문화여성대학, 일대일 맞춤 영농교육 등을 통해 결혼 이주여성들의 정착을 돕고 있다. 친정어머니 인연 맺기, 모국 방문 지원 프로그램은 다문화가정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결혼 8년차인 태국 출신 마니 잔람 씨(39)는 전남 곡성군 곡성읍에서 벼농사뿐 아니라 멜론, 딸기를 재배하며 부농의 꿈을 키우고 있다. 마니 씨가 농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된 것은 농협의 교육지원 프로그램 덕분이다. 마니 씨는 지난해 곡성농협이 개설한 다문화여성대학에서 한글을 배우고 한국의 음식문화와 풍습을 익혔다. 농업 기술과 농산물 유통 흐름 등을 가르쳐주는 기초농업교육과정도 수료했다. 인근 삼기면에서 오이를 재배하는 유광순 씨(61·여)는 마니 씨의 후견인이자 친정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 마니 씨는 농협이 소개해준 유 씨에게 품종 고르는 법, 병해충 예방법 등 농사 기술을 배워 딸기와 멜론을 재배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을 농업인으로 키우는 일대일 맞춤영농교육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 다양한 교육지원 프로그램

농협 전남지역본부가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15주 과정의 다문화여성대학은 지난해까지 334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올해도 담양 창평농협 등 5곳에서 120명이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다문화여성대학은 언어 문제, 문화 차이로 시부모나 배우자와 갈등을 겪거나 자녀 양육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농촌 정착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기초농업교육과 일대일 맞춤영농교육은 노령화돼 가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까지 448명이 기초농업교육을 받았고 273명이 전문 여성농업인과 결연해 농사 기술을 배웠다.

이주여성 모국방문 지원사업도 7년째 벌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모두 4억3000만 원을 들여 144가정이 친정에 다녀왔다. 올해도 21가정이 모국 나들이에 나선다. 이들에게는 왕복항공권과 가구당 50만 원의 체재비, 기념품이 제공된다. 올 6월에는 ‘전남 농협과 다문화가정이 함께 하는 아이 러브 유 대한민국’이라는 합창대회도 열 예정이다. 다문화 여성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해 자립을 돕는 농협도 있다. 강진농협은 지난해 다문화여성 3명을 본점과 파머스마켓 시간제 업무보조원으로 채용했다. 박종수 농협전남지역본부 본부장은 “다문화가정은 이미 우리 농촌의 보편적인 가족 형태 중 하나가 됐다”며 “이주여성이 농촌지역 공동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다믄화가정#희망 송아지#이주여성 모국방문 지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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