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참여정부 개성공단 카드를…박근혜 정부 자충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9일 17시 34분


코멘트
진중권 동양대 교수 트위터 화면
진중권 동양대 교수 트위터 화면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29일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마련해둔 개성공단 카드를 박근혜 정부가 허망하게 써서 자충수를 든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이유를 분석한 긴 글을 실었다.

그는 먼저 "남북은 서로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이라며 운을 뗐다. 이어 "북에게 남의 시스템은 어차피 상상력 저편에 있고, 남에서 북의 입장을 이해해 보자고 말하면 종북으로 몰리고, 그러니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채 초강수로 서로 상대를 제 의지에 종속시키려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북핵은 종전 및 평화체제 전환과 관련된 것으로 주로 북미 간의 이슈"라고 지적한 진 교수는 "거기서 남한은 종속변수에 불과하다. 북이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 남한은 전쟁을 일으킬 처지가 못 되는 반면, 이라크에서처럼 미국은 원하면 전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우리가 퍼주든 안 퍼주든 북은 핵을 개발하려 한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북한에게 핵은 재래식 무기에서 남북 사이에 벌어지는 군사력 차이를 일거에 만회하려는 비대칭 전략이자, 미국의 잠재적 공격에 대항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우리에게 안보가 최고이듯이, 그들에게도 체제의 안전은 최고의 가치를 가진다."

진 교수는 "결국 남북 경협이나 대화는 애초에 핵 개발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라며 "퍼줘서 핵 개발한 것도 아니고, 안 퍼준다고 핵 개발 안 할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이 문제에 관련한 북미 사이의 협상에 우리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중재'의 역할을 해내느냐의 문제인데, 그걸 하면 '종북'이라 몰리는 상황이니, 그냥 북미 사이의 관계가 악화되면 그 여파만 우리가 뒤집어쓰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제 남북관계 '제로 시대'에 돌입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북미 간의 협상만 넋 놓고 지켜보는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나마 개성공단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마련해둔 카드였는데 그걸 박근혜 정부가 허망하게 써서 자충수를 둔 느낌"이라고 정부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진 교수는 남북 간 대화채널이 모두 차단돼 협상은 북미가 하고, 비용은 우리가 대는 "'통미봉남'의 외통에 걸렸다"며 "김영삼 정권 때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하루 전에도 트위터를 통해 정부의 강경 대응을 비판한 바 있다.
그는 "개성공단 폐쇄는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강 대 강으로 치달으면 피차 상황만 악화될 뿐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개성공단으로 밀려났던 북한군 2군단이 다시 전진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 교수는 "이제 남북관계는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현 상황을 규정한 뒤 "북한과 대화하는 게 짜증 나거든, 그냥 통일을 포기하면 되는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