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개입? 외면? 오바마 ‘시리아 화학무기’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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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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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라인 넘은 것 확인했지만 이라크전 악몽 재연 우려에
군사대응 등 뾰족한 대책 못내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시리아 내전의 ‘레드 라인(금지선)’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화학무기 사용이 사실상 확인됐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리아 내전에 본격 개입할 수도, 모른 체할 수도 없는 오바마 대통령의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게임 체인저(상황의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인 요인)가 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하지만 “신중하게 행동하고, 세밀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당장 행동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백악관은 25일 의회에 보낸 문서에서 “시리아 정부가 소규모의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프랑스 영국 정부도 최근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상황인데도 오바마가 시리아 개입을 꺼림으로써 가장 큰 득을 볼 사람은 바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라고 분석했다. AP통신은 “미국의 무대응은 북한과 이란에도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결심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은 ‘이라크전의 악몽’이라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있다’는 정보를 믿고 전쟁을 일으켰지만 이 정보는 거짓으로 판명돼 전쟁의 명분이 상당 부분 퇴색했다. “오바마는 화학무기 사용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고, 어떻게 실행됐는지를 정확히 확인하기를 원한다”고 AP는 전했다.

시리아 반군 내에서 알누스라 전선 등 알카에다 연계 단체의 세력이 커지는 것도 오바마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반군 내 친서방 세력은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 곳곳에는 이슬람 법정이 세워지고 있다. 아사드 정권을 몰아낸 후 시리아를 알카에다에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시리아에 개입할 방법이 마땅치 않고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고민이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시리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아사드를 압박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가는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면 미국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내전의 수렁에 빠져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비행금지구역을 무력화하기 위해 아사드 정권이 미국 전투기 등에 공격을 하면 미국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시리아 내 화학무기 부대나 시설을 타격할 수 있지만 위치 파악이 어려운 데다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오바마#내전개입#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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