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도 못지킨 국회선진화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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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본회의 자동상정 규정… 여야, 시행시기 1년 늦추기로

국회에서 몸싸움 방지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일명 국회선진화법안)이 통과된 지 1년 만에 다시 국회에서 뜯어고쳐진다. 예산안 법정처리 준수를 위해 올해 도입하기로 한 ‘국회 본회의 예산안 자동상정’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여야 합의로 1년 늦춰지게 되면서 올해도 예산안 늑장 처리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아일보가 28일 입수한 ‘국회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새해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의 본회의 자동상정을 규정한 국회법 부칙의 시행 시기가 ‘2013년 5월 30일’에서 ‘2014년 5월 30일’로 변경된다. 국회 운영위는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며, 이르면 다음 달 3일 또는 6일 본회의에서 통과된다.

당초 여야는 지난해 5월 국회법을 개정하면서 예산안이 헌법상 의결기한(12월 2일)의 48시간 이전인 11월 30일까지 심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다음 날인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되도록 했다. 여야의 극한대치로 예산안이 2003년 이후 해마다 처리시한을 넘기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아예 법으로 강제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국가재정법 개정안 등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서 상황이 꼬여버렸다. 국회는 지난해 국회법을 개정할 당시 예산안과 부수법안의 자동상정 시행일을 2013년 5월 30일로 정하면서 부대조건으로 정부의 예산안 제출시기를 현행(회계연도 개시 90일 이전인 10월 2일)보다 앞당길 것을 채택했는데 이것이 충족되지 못한 것이다.
▼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필리버스터’ 도입도 늦춰질듯 ▼

실제 해당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는 22일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예산안 제출시한을 2015년도 예산안이 제출되는 2014년부터 3년간 매년 10일씩 앞당기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앞서 여야 의원들은 정부의 예산안 제출일을 기존 회계연도 개시 90일 이전에서 120일 이전으로 앞당기는 내용의 국가재정법과 사회기반시설 민간투자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정부는 기재위의 법안심사 과정에서 예산안 조기 제출에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위 간사인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권한대행은 통화에서 “기획재정부가 다른 부처의 예산안을 취합해야 하는데 예산 제출을 30일이나 앞당기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면서 “여야는 매년 3년간 10일씩 순차적으로 제출기한을 앞당기는 것으로 타협을 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운영위도 이처럼 올해의 경우 예산안의 조기 제출이 어렵게 되자 4월 국회에서 예산안의 자동상정 시행일을 1년 연장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운영위원장인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정부의 사정 때문에 국가재정법이 예상과 다르게 고쳐지면서 올해에는 적용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민주통합당도 국가재정법이 미비한 상황에서 12월 1일에 자동상정되는 국회법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새누리당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국회법 부칙 개정으로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산안과 관련해 소수당이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 도입도 1년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올해 예산안 처리도 법정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하면서 ‘11년째 위헌 국회’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국회 선진화법 개정을 주도했던 한 의원은 “연차적으로 제출시한을 앞당긴 것은 의미가 있지만 올해 도입이 안 된 것은 아쉽다”면서 “기본적으로 매년 되풀이됐듯이 올해도 연말이 돼야 예산안이 부랴부랴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국회선진화법#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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