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믿고 싶은 의혹만 모아 놓은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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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의 침몰 원인에 대한 3년 전 정부 발표에 의혹을 제기하는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지난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다. 이 영화는 새로운 증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의 신상철 대표와 선박 인양 전문가로 알려진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주로 출연한다. 영화라는 매체를 빌려 과거 인터넷과 일부 진보좌파 매체가 제기한 의혹의 불길을 되살리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한 정지영 감독은 “나 스스로 정부의 천안함 발표를 납득할 수 없어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영화 제작진은 “의심은 소통의 출발점인데 우리 사회는 소통이 없다”는 말도 했다. 북한의 천안함 공격은 미국 호주 영국 스웨덴의 전문가를 포함한 국내외 74명의 조사단이 내린 공식 결론이다. 영화는 힘이 있다. 정부 발표를 믿고 안 믿고는 정 감독의 자유지만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는 영화를 만들어 대중을 오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신 씨는 천안함이 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했다고 주장하고, 이 씨는 암초에 걸려 두 동강 났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인양된 북한 어뢰 잔해에 대해서도 ‘두 달 만에 녹슬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어뢰 추진체에서 나온 참가리비는 서해안에서 잡히지 않는다’처럼 과학적 사실과 관련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된 ‘1번’ 글씨 말고도 북한제 어뢰임을 보여 주는 증거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국방부는 모든 의혹에 대해 상세하게 해명하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국방부 홈페이지에서 ‘천안함 피격 사건 백서’를 찾아보기만 해도 어느 쪽 주장이 진실에 가까운지 알 수 있다.

심리학에 확증편향(確證偏向)이라는 용어가 있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수용하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걸 말한다. 쉽게 말해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얘기다. 천안함 폭침에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그런 것 같다. 정 감독을 포함해 영화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 한번만이라도 평택 2함대 사령부에 전시돼 있는 천안함을 보거나 백서를 읽어 봤는지 궁금하다. 동강 난 천안함에는 강력한 어뢰 공격에 의해서만 생길 수 있는 피격 흔적이 선연하다. 좌초나 충돌로는 대형 함선이 그렇게 두 동강 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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