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상주하는 세종시 장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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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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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보고-추경처리에 서울로 출근… 산하단체-유관기관에 집무실 마련
국장급도 장관따라 ‘메뚜기’ 생활… 국회안팎 “여의도가 2행정수도 됐다”

세종시로 이전한 부처의 장관 등 고위 공직자들이 불안정한 ‘서울 더부살이’를 계속하고 있다. 임기 초 청와대나 국회 업무보고에다 최근에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까지 겹쳐 정부세종청사에 있어야 할 장관들이 국회 인근이나 산하기관 등에 마련한 ‘제2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는 것. 국회 안팎에서는 ‘여의도가 사실상 제2행정수도가 된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세종청사에 입주한 부처는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다. 정부서울청사 10층에도 합동사무공간이 있지만 각 부처는 대부분 서울에 있는 산하단체나 유관기관에 별도의 ‘장관실’을 마련했다. 과거에도 정부과천청사에서 근무하는 장관들의 경우 청와대나 국회보고 때 산하기관 등에 있는 ‘임시 사무실’에 잠깐씩 들렀지만 세종청사 출범 이후 이 공간들이 아예 ‘집무실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취임 이후 주요 일정을 대부분 서울 중구에 있는 예금보험공사의 별도 집무실에서 소화했다.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비롯해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 경제5단체장 합동 간담회 등을 모두 이곳에서 진행한 것. 성 김 주한미국대사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앨빈 로스 스탠퍼드대 교수 등을 면담한 장소도 예금보험공사였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28일 “서울에서 참석해야 하는 회의가 많기 때문에 부총리가 세종시에서 업무를 본 것은 몇 차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농식품부 등 다른 부처 장관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요즘 거의 매일 여의도 국회 앞 대한주택보증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국회 회기 중에는 1주일에 3, 4차례 여의도 사무실로 출근하곤 했는데 최근 몇 달 동안 국회가 계속 열리고 있어 장관도 주로 대한주택보증으로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서울 중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도 별도의 사무실을 두고 참석해야 하는 회의에 따라 출근 장소를 바꾸고 있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 역시 국회 앞 잠사회관(silk center)에 별도의 ‘집무실’이 있다. 윤진숙 해수부 장관은 여의도에 있는 한 유관기관 사무실을 빌려 쓰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수부는 다른 부처와 달리 서울에 산하기관이 거의 없어 여의도나 시내에 별도의 사무실을 임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환경부 소속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사무실이 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 업무가 있을 때 여의도에 있는 한국공정경쟁연합회 사무실을 이용한다. 서울 중구에 있는 공정위 산하기관인 공정거래조정원에도 별도의 ‘위원장실’이 있다.

장관들은 그나마 별도의 사무실이 있지만 해당 부처 고위 공무원들은 장관의 위치에 따라 출근 장소를 바꿔야 하는 ‘메뚜기’ 신세다. 기재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세종청사에 개인 사무실이 있지만 세종청사 사무실로 출근한 날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면서 “부총리의 일정과 그날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일할 장소를 물색하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서울이나 과천에 있는 부처의 장관들도 최근 국회를 찾는 경우가 부쩍 늘어나 국회 안에 별도의 공간을 확보했다. 안전행정부 장관의 경우 국회 경찰경비대 사무실을 임시 베이스캠프로 활용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국회를 방문할 때마다 국회 우체국 접견실을 임시 사무실로 쓰고 있다.

길진균·박재명 기자 leon@donga.com
#세종시#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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