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세치 혀 조심”… 예천 ‘말 무덤’을 아십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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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군에 ‘말 무덤 공원’이 생겼다. 달리는 말(馬)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말(言)이다.

예천군은 20여 년 전 출향인사들이 세운 말 무덤 비석 주변 3300m²(약 1000평)에 ‘웃자고 한 말에 초상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등 말과 관련된 격언을 새긴 비석 10여 개와 말 무덤 사연을 소개한 안내판 등을 최근 설치했다.

사연은 이렇다. 500여 년 전 여러 성씨가 모여 살던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한대마을은 말 때문에 싸움이 그치지 않았다. 한 나그네가 “마을을 둘러싼 산이 개가 짖는 모양이어서 늘 시끄럽다”고 알려줬다. 실제 마을을 둘러싼 산 이름도 ‘주둥개산’으로 개가 짖는 모습과 닮았다.

주민들은 개 이빨 모양의 산 쪽에 바위를 세우고 싸움의 발단이 된 말을 사발에 뱉어 주둥개산에 가득 묻었다. 말 무덤 덕분인지 주민들은 더이상 싸우지 않고 정겹게 살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높이 5m가량의 이 무덤은 지금도 남아 ‘언총(言塚)’으로 불린다.

예천군이 1억5000만 원을 들여 말 무덤 공원을 조성한 이유는 청소년 때부터 말을 바르게 하는 습관에 도움을 주는 체험학습공간과 독특한 사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현준 군수는 “말 무덤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면 말을 바르게 하는 분위기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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