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색안경 쓰고 보지 마세요” 증권가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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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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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준 경제부 기자
황형준 경제부 기자
“자본시장을 키워야 되는 상황에서 부정적 인식만 커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3월 11일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주가조작 엄단’을 지시한 뒤 금융투자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직접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개인들에게 자본주의의 성과를 나눠 갈 수 있는 장을 열어준다는 ‘자부심’은 사라지고 오로지 작전세력만 난무하는 ‘음침한 곳’으로 낙인찍힌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주가조작 근절을 강조하는 바람에 우리 증시를 작전세력이 난무하는 시장으로 자인한 셈”이라고 자조했습니다. 실제로 대통령의 발언 뒤 주가조작의 소지가 있는 거래만 줄어든 게 아니라 시장 전체 거래가 위축됐습니다. ‘주식시장=주가조작 세력의 장’이라는 ‘낙인 효과’도 생겼습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반을 둔 주식 사이트를 개설하려다 시세조종 등 주가조작 가능성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 때문에 사업을 접었다”며 “규제가 강화되면서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는 데도 제약이 많은 상황”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올해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활황인 데 비해 한국 증시는 코스피가 1,900 언저리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저성장과 엔화 약세 등 영향도 있지만 지수 상승을 떠받쳐줄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를 외면하고 있는 탓이 큽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580억 원으로 집계돼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10월(7조5180억 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매매거래에 따른 위탁 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증권사의 수익성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나서게 된 상황은 금융투자업계를 포함해 시장 참가자들이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정부 실세가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이 지난 정부 막바지에 증시를 강타했고,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는 거의 1년 내내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혹시 금융투자업계는 수수료 수입만 올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이를 방관한 건 아닌지 의혹이 일기도 합니다.

시장의 공정성을 해치고 개인 투자자를 울리는 주가조작 행위는 당위적으로 근절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빈대를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워서는 안 되겠습니다. 은행들이 손놓은 벤처기업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증시가 할 수 있도록 활성화하는 정책도 필요해 보입니다. 정책 담당자들이 자본시장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춰야 ‘창조경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황형준 경제부 기자 constant25@donga.com
#주가조작#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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