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4 혁신 뒤엔… 디자이니어들의 ‘0.1mm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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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경 제일모직 케미칼사업부 선행디자인팀장(오른쪽)과 우은택 컴파운드 2그룹 책임연구원이 26일 경기 의왕시 고천동의 ‘컬러 
전시관’에서 갤럭시S4에 채용된 배터리 커버의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 새로운 휴대전화가 나오려면 수많은 기술이 총동원되지만 ‘좀더
 얇고 강하고 아름다운’ 외장 소재가 뒷받침돼야 혁신을 완성할 수 있다. 제일모직 제공
강수경 제일모직 케미칼사업부 선행디자인팀장(오른쪽)과 우은택 컴파운드 2그룹 책임연구원이 26일 경기 의왕시 고천동의 ‘컬러 전시관’에서 갤럭시S4에 채용된 배터리 커버의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 새로운 휴대전화가 나오려면 수많은 기술이 총동원되지만 ‘좀더 얇고 강하고 아름다운’ 외장 소재가 뒷받침돼야 혁신을 완성할 수 있다. 제일모직 제공
삼성전자의 ‘야심작’ 갤럭시S4의 두께는 7.9mm다. 직전 모델인 갤럭시S3에 비해서는 0.7mm, 시리즈의 원조인 갤럭시S보다는 무려 2.0mm나 얇아졌다. 제조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최근의 휴대전화 시장에서 두께를 1∼2mm 줄이는 것은 ‘혁신’이라고 불린다. 삼성전자는 개발 과정에서 더 작은 공간에 더 많은 기능을 담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 여기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주역들이 있다. 휴대전화의 외장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소재 개발자들과 색상 디자이너들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디자인’과 ‘엔지니어’의 합성어인 ‘디자이니어’라고 부른다. 소재 분야의 ‘파이어니어(개척자)’라는 뜻도 있다. 전자부품의 크기를 아무리 줄이더라도 외장재가 얇아지지 않으면 혁신적인 제품 슬림화를 이룰 수 없다.

갤럭시S4가 출시된 26일 경기 의왕시 고천동 제일모직 연구개발(R&D)센터에서 디자이니어들을 만났다.

○ 0.1mm를 줄여라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외장소재는 대부분 폴리카보네이트(PC)로 만들어진다. 프런트 커버(앞쪽 테두리)와 리어 커버(휴대전화 안쪽의 부품을 감싸고 있는 부분), 배터리 커버(배터리를 갈 때 열고 닫는 뚜껑) 등 세 곳이 주요 사용처다.

특히 배터리 커버는 휴대전화기의 두께와 직결되는 부품이다. 갤럭시S4의 배터리 커버 두께는 0.7∼0.8mm로 2010년 출시된 갤럭시S(1mm)보다 0.2∼0.3mm가 얇다. 얼마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갤럭시S4가 이번에 8mm의 벽을 깬 것도 사실 외장소재의 슬림화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커버 외장소재 개발의 가장 큰 난관은 두께를 더 얇게 하면서도 내구성과 내열성, 내충격성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데 있다. 제일모직 케미칼사업부의 우은택 책임연구원(37)은 “플라스틱의 강도는 두께가 0.1mm는 물론이고 0.01mm만 더 얇아져도 엄청나게 약해진다”며 “제품이 얇아지는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소재 개발을 한시도 쉴 수 없다”고 말했다. 소재의 성능 개선은 보통 기본 소재인 PC에 합성고무 등 다른 첨가물들을 조금씩 추가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개발자들은 이를 음식에 빗대 “레시피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마치 요리사들이 최고의 음식을 만들기 위해 최상의 식자재를 공수하는 것처럼 소재 개발자들 중에는 최고의 첨가물을 찾으러 국내외를 헤매는 사람도 많다.

색을 입히는 것도 간단한 과정은 아니다. 색상을 내는 염료나 안료도 화학물질이라 소재의 물성(物性)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색상에 따라 염료 및 안료의 배합량에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흰색을 내려면 검은색보다 훨씬 많은 염료 및 안료를 섞어야 한다. 이것이 소재 개발자들과 색상 디자이너들이 톱니바퀴처럼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이유다.

○ 색상의 마술사들

제일모직은 올해 초 R&D센터 내에 기존 ‘컬러 랩’의 상위 조직으로 ‘선행디자인팀’을 신설했다. 소재사업부문까지 직접 챙기고 있는 이서현 경영기획담당 부사장의 작품이다. 이 곳은 향후 소재 디자인 전략을 실현할 선봉장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디자인센터에서 강수경 선행디자인팀장(47·여)을 데려왔고 컬러 랩에 있던 색상 디자이너들을 선행디자인팀에 배속시켰다.

컬러 랩은 제일모직이 소재부문 색상디자인을 강화할 목적으로 2005년 설립했다. 이곳에선 ‘색의 도사’라 불리는 컬러리스트들이 하루 70여 가지의 새로운 색을 만들어 낸다. 이 중 7∼8%만 실제 플라스틱 소재에 채용할 후보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버린다.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확보한 색상만 3만여 가지에 이른다. 선행디자인팀에 있는 색상 디자이너들은 단순한 색만 다루진 않는다. 이들은 ‘10대가 아닌 성숙한 20대를 위한 핑크’ ‘할머니 옷장에서 막 나온 듯한 브라운’ ‘20년 미래의 블랙’ 등 정형화되지 않는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낸다. 강 팀장은 “색상에서도 전통적인 틀을 깨야 사람들의 심장을 뛰게 할 수 있다”며 “꿈꾸는 사람들인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창의적 생각을 살려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순간이 바로 혁신이 일어나는 때”라고 말했다.

의왕=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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