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앙숙을 단짝으로 만든 마법같은 ‘보고서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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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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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보고서/박완이 지음/158쪽·1만500원/푸른책들

푸른책들 제공
푸른책들 제공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학교는 가장 영향력이 큰 집단입니다. 그런 학교가 연일 신문에 거론됩니다. 아이들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자신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여러 방법으로 서열화해버립니다. 아이들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옆의 아이를 경쟁자로만 인식하게 됩니다. 사람을 사귀고 친구가 되는 과정은 지식으로 배울 수 없습니다. 성장기에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몸으로 체득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사람 사이의 감정은 매번 묘하게 바뀌어서 정답이 없으니 말이죠.

이 책은 이런 고민에서 시작됩니다. 김기민과 조현섭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입니다. 모범생 기민이는 현섭이를 ‘기생충’이라고 부르고, 공부에 뜻이 없는 현섭이는 기민이를 잘난 체하는 ‘재수뽕’이라고 부릅니다.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두 사람이 만나는 접점은 ‘싸움’입니다. 여기까지는 많은 동화가 보여 주었던 출발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작가가 제안한 해결 방법이 신선합니다. 두 사람은 ‘친구 보고서’라는 것을 제출해야 하는 벌을 받았습니다. 그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는 방학 전까지 매일 학교 급식을 같이 먹어야 하고, 일주일에 두 번 각자 집을 방문하여 두 시간씩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더구나 그때마다 사진을 찍어 인증 샷을 남겨야 하니 거짓말을 할 수도 없습니다.

결론은 해피엔딩입니다. 둘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동화니까 당연히 그래야지 하겠지만 그 과정은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이, 독자의 기대에 적절히 부응하면서도 상투적이지 않아서 재미있습니다. 둘이 한 공간에 있고, 처음 말을 걸고, 같이 할 시간을 약속하고 하는 것이 연애의 한 장면 같지만, 이런 과정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이해해 가는 과정인 것을 작가는 아이들 시점을 잘 유지하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인 작가의 첫 책이 이런 정도의 안정감과 재미를 가진다는 것이 놀랍고 기쁩니다. 한 책을 읽고 그 작가의 다음 책을 기다리게 되는 독자의 설렘을 작가는 알까요? 이 책과 독자인 저의 만남도 해피엔딩입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문제아 보고서#학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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