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 교류의 마지막 희망, 개성공단마저 문 닫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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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결국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우리 기업 근로자들의 전원 철수를 결정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어제 “북한의 부당한 조치로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의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는바 정부는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잔류 인원 전원을 귀환시키는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통일부가 그제 26일 오전까지 답변 시한을 정해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제의했으나 북한은 거부했다. 북한은 어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가 먼저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중대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되레 으름장을 놨다. 남과 북이 강(强) 대 강으로 부닥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핵실험, 미사일 발사 같은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에도 인내하면서 개성공단만은 건드리지 않았다. 개성공단이 남북 교류의 마지막 보루로 제 기능을 다해 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이런 희망마저 접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북한이 우리 쪽의 식자재와 의료품 보급까지 막아 개성공단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근로자 175명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정부로서도 방관만 하고 있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정부는 우리 근로자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개성공단에서의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된 우리 기업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지원을 해 줘야 한다. 기업들도 안타깝겠지만 나중을 기약하고 지금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주길 바란다. 북한은 우리 근로자들의 안전한 귀환을 보장하고, 개성공단에 남은 우리 기업들의 재산을 보호하는 조치도 취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개성공단 운영이 체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기 때문에 북한이 남한에 책임을 떠넘기는 수법으로 폐쇄 절차를 밟고 있다고 본다. 그동안 북한이 억지 주장을 늘어놓으며 폐쇄 운운해 온 것을 보면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지만, 믿고 싶지는 않다. 북한은 5만여 명의 북한 근로자가 벌어 온 연간 8600만 달러(약 945억 원)를 포기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손실은 대외 신뢰와 이미지 추락이다. 북한이 상도의(商道義)와 국제 규범, 당사자 간의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어기는 마당에 누가 북한과 거래하고 투자를 하겠는가. 개성공단마저 문이 닫히면 북한은 더욱 고립무원의 처지가 될 것이다.
#개성공단#북한#류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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