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가왕’ 조용필의 헬로, 그 다양성의 반가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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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7일 07시 00분


가수 조용필. 스포츠동아DB
가수 조용필. 스포츠동아DB
“헬로!(Hello) 닫힌 너를 열어.”

그렇게 노래하며 조용필(사진)이 돌아왔다. 올해로 데뷔 45주년, 10년 만에 새 앨범을 내놓은 조용필은 사랑하는 이가 좀 더 다가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노래 ‘헬로’에 담았다. 이는 오랜만에 만나는 팬들을 향한 반가운 손짓이기도 하다.

여기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면 어떨까.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최근 조용필의 19집을 구매한 이들 가운데 39.2%가 40대라고 밝혔다. 조용필이 1980년대 ‘오빠부대’를 형성하며 한국 대중가요사에 한 획을 긋는 동안 감수성 예민한 10대 시절을 보낸 이들이 여전히 ‘오빠’를 추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멜로디 강한 노래와 서정성 짙은 노랫말은 ‘오빠’가 아직도 건재함을 말해주며 이 시대 중장년층 역시 그런 음악에 목말라 있다고 언론들은 분석하기도 한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19집 구매자 가운데 66.6%가 최근 6개월간 음반을 산 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특히 전체 구매자의 19.6%인 20대의 75.7%도 최근 음반을 산 적 없다고 답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대부분이 음반보다는 디지털 음원에 더 익숙한 탓이겠지만 그런 그들이 음반 시장으로 돌아왔다는 점은 크게 반길 일이라고 가요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또 판매 초기 40대가 많았던 비중이 점차 20대와 30대로 확대됐다는 분석도 음반 시장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하게 한다.

문제는 이런 분석을 내놓으면서 마치 다양하지 못했던 시장의 구조가 아이돌 혹은 그들의 음악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그들에게만 전적인 책임을 돌리려는 듯한 시선이다. 시장을 장악한 아이돌 음악의 획일성을 비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시장이 어디 공급의 측면에서만 활발하던가. 공급과 수요가 적절히 어우러질 때 시장은 제대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가요 소비자들의 편향적인 취향에는 책임이 없을까.

조용필의 화려한 귀환이 반가운 것도 그 때문이다. 조용필은 10년 만에 돌아와 “틀에 박힌”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닫힌 너를 열어”라며 다양성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저 전설로만 기억될 수 없는 ‘아티스트’로서 조용필은 대중을 그렇게 꾸짖고 있는 건 아닐까.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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