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테러범 유족 “타메를란도 30대 美 무슬림에 세뇌 당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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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처음 만나” 美 FBI, 아르메니아 출신 ‘미샤’ 추적
초기 용의자 오인 대학생 숨진채 발견… 일부 언론 마녀사냥식 신상공개 비난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 폭탄 테러 사건의 용의자 형제 가운데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사망한 형 타메를란 차르나예프(26)는 정체불명의 남자로부터 세뇌당해 과격 이슬람주의자로 돌변했다고 유족들이 주장했다.

24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기독교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한 미샤라는 이름의 30대 남성이 타메를란과 이슬람사원을 함께 다니며 이슬람교에 대한 깊은 대화를 자주 나눴다는 것이다. 그는 아르메니아 출신 미국인으로 대머리에 눈에 띄는 붉은색 턱수염을 기른 건장한 체격이라고 유족들은 증언했다. 데일리메일 인터넷판은 보스턴 테러 수사의 초점이 미샤를 찾는 데 모아지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또 미샤가 이번 테러를 배후에서 조종했거나 러시아의 스파이라는 설 등 다양한 추측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살고 있는 타메를란의 숙부 루슬란 차르니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은 2009년 미국 케임브리지에서 시작됐다. 미샤는 타메를란의 뇌를 빼내 완벽하게 세뇌했다”고 말했다. 이후 타메를란은 복싱도, 음악 공부도 그만뒀으며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을 반대하기 시작했다는 것. 하지만 타메를란의 어머니 주베이다트 씨는 ABC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샤가 아들과 친구 사이였을 뿐이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기 때문에 아들과 만난 기간도 짧았다며 이런 가능성을 일축했다.

타메를란에 대한 정부 당국 간 정보 공유와 관리 부실이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미 중앙정보국(CIA)은 1년여 전 그를 대(對)테러 감시 대상자 명단에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이 25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수사당국은 용의자들이 장난감 차의 리모컨을 원격 기폭장치로 활용해 사고 현장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거리에서 폭탄을 터뜨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용의자인 동생 조하르(19)에 대한 재판에서는 베테랑 여성 법조인 두 명이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카먼 오티즈 검사(57)와 미리엄 콘래드 국선변호사(56)가 설전을 펼칠 예정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한편 사건 초기 미 누리꾼들이 용의자라고 지목했던 브라운대 학생 서닐 트리파시 씨(22)가 23일 프로비던스 강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매사추세츠 주 경찰이 24일 밝혔다. 트리파시 씨는 지난달 16일 프로비던스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마지막으로 모습을 나타낸 뒤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다. 테러 발생 직후 미국의 뉴스 공유사이트 ‘레딧’ 등은 트리파시 씨를 테러 용의자로 지목했고 뉴욕포스트 등 일부 언론은 1면에서 그의 신원을 공개했다. 이에 사진 등 신상정보가 적나라하게 유포되는 마녀사냥식 신상 공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보스턴#타메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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