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 “아베의 행동 보면 히틀러가 떠오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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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관계 권위자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이 말하는 ‘日 과거사 도발’

한일관계 문제의 권위자인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은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과거사 부정 등 역사 도발을 보며 ‘나치의 히틀러’가 떠오른다고 비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한일관계 문제의 권위자인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은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과거사 부정 등 역사 도발을 보며 ‘나치의 히틀러’가 떠오른다고 비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행동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적 충동’을 연상시킨다. 이 같은 행동이 계속되면 히틀러 같은 나치를 낳는 불행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

한일관계 문제의 권위자인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85)은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우려했다. 그는 “일본의 침략전쟁을 부정한 아베 총리의 발언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 대한 반역”이라고 꾸짖었다.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동서대 일본연구센터에서 이뤄졌다.

―왜 아베를 보며 히틀러를 떠올렸나.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 패전 뒤 나라가 약해지는 데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커졌다. 히틀러가 ‘강한 독일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며 극우적 발언을 하자 독일 사람들이 환호했다. 그렇게 탄생한 나치가 2차 대전을 일으켰다. 일본은 패망 이후 민주국가로 발전하다가 경제침체로 사기가 떨어진 상태이다. 자민당으로 다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강한 일본을 원하는 심리가 발동했고 그것이 아베 내각의 우경화로 나타나고 있다. 아베 정권도 (히틀러처럼)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일본도 독일처럼 또 한 번 당하지(패전하지) 않고 이 병을 못 고친다는 뜻일지 걱정스럽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이를 심각하게 걱정할 것이다.”

―왜 그런가.

“아베의 망언은 도도한 세계 역사에 대한 배신이기 때문이다. 자기 정당성을 내세우려다가 고루한 모순을 저질렀다. 아베의 주장은 2차 대전이 잘못이라는 전제 아래 일본에 항복을 권고하고 일본에 대한 처리 방침을 표명한 1945년 포츠담 선언을 부정하는 것이다. 2차 대전 종전 전으로 돌아가 그 당시의 일본을 다시 실현하겠다는 뜻인지 반문하고 싶을 만큼 충격적인 일이다.”

―한일관계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전 인류 차원의 문제다. 아베 내각은 세계사적으로 큰 문제를 초래했다. 침략전쟁을 부정한 아베의 발언은 일본의 주요 전쟁범죄자 처리를 위해 열린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마저 부정한 것이다. 도쿄재판은 일본이 침략전쟁을 일으킨 것에 대한 죄를 받은 재판이었다. 또 (아베의 발언은) 일본이 연합국에 항복한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포츠담 선언을 부정한 것은 1943년 미국 영국 중국이 공동 발표한 카이로 선언도 부정하는 것이다. 포츠담 선언에서 카이로 선언이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즉, 세계가 용서할 수 없는 일본이 됐다. 인류 역사에 대한 반항이고 2차 대전의 결론에 대한 반항이다. 이는 일본의 주변국인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일본 자신에도 불행한 일이다. 아베의 발언은 한일 양국의 미래뿐만 아니라 일본이 전 세계의 친구들을 잃게 하는 위험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침략전쟁을 사죄한 담화들을 부정한 것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일본의 침략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게 무슨 뜻이겠나. 일본이 세계에 사죄하고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아베는 태평양전쟁이 잘못된 전쟁이 아니라고 주장한 셈이다. 세계의 어떤 사람이 그 주장을 믿겠나. 일본 사람부터 못 믿는다. 설사 아베의 주장이 일본 국내에서는 견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세계의 마당에선 결코 견딜 수 없다. 침략전쟁을 부정한 건 미국이 일본을 침략했다는 논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를 적으로 삼는 행위를 누가 받아들이겠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도 정당화했다.

“전쟁에서 죽은 선조를 모신 곳에 가는 건 전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인류의 적으로 단죄 받은 사람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있다는 점이다. 그게 없으면 누가 반대하겠나. 그런 세계사적 책임을 아베가 진지하게 성찰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자체가 일제가 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아베 정권 우경화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오랫동안의 자민당 통치로 훈련된 일본이 잠깐의 민주당 정권에 실망해 다시 자민당 정권을 택했다. 자민당은 이런 여론을 이용해 올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획득하려 하고 있다. 그래야 정권 유지를 위한 법안 통과가 수월해진다. 그래서 반(反)민주당적인 일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이유로 역사 문제를 악용하는 정치적 타락이다.”

최 원장은 아베 총리에게 “외할아버지의 유산으로 돌아가라”고 따끔하게 말했다. 그는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일본 총리는 A급 전범이지만 과거를 시인하고 잘못을 사죄하는 특사를 한국에 보냈다”고 말했다.

―어떤 뜻인가.

“기시 전 총리는 비록 전범이지만 한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용단을 내렸다. 1958년 보수정객의 거물인 야쓰기 가즈오(矢次一夫)를 특사로 보내는 등 반일 감정이 강했던 이승만 대통령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했다. 야쓰기는 일본이 과거를 사죄하기 위해 한국에 보낸 최초의 사절이었다. 야쓰기는 일본 언론에서 ‘이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는 비판적 기사가 나올 만큼 진정으로 사죄하고 한국에 용서해 달라고 했다. 기시 전 총리는 퇴임 뒤에 한일협력위원회를 만들기도 했다. 기시의 동생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는 총리로서 박정희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일본 현역 총리로서는 처음이었다. 그가 총리로 있을 때인 1965년 한일 국교가 수립됐다. 아베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일본 외상은 국내 정국이 혼란스러울 때면 수차례 제주도에 몰래 와 마음을 달랬다. 대한항공이 그의 제주도 여행에 편의를 봐줬을 정도다. 그만큼 한국을 친근하게 여겼다.”

―아베 전 총리가 좋은 유산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한 것 같다.

“자기 선조의 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다. 1945년 무렵 일본 사회에 ‘2세적 반역’이라는 말이 있었다. 2세가 부모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정반대의 길을 가는 것에 두려움을 표현한 말이었다. 아베도 ‘2세적 반역’을 할 셈인가. 나는 아베가 기시 전 총리와 사토 전 총리의 정신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잘못을 저질렀지만 역사를 반성하는 정신 말이다. 그들은 한국에 잘못했기에 반성한다는 생각으로 친한(親韓)적 행동을 했다. 그래서 한국은 그들의 과거를 알면서도 따뜻하고 좋은 친구가 돼줬다. 이것이 아베의 선조가 남긴 유산이다. 아베는 진정 그 유산을 부정할 셈인가.”

최 원장은 “과거 독일은 히틀러 찬양이 사회적 대세가 되니 이를 부정하는 세력이 미약해졌다. 지금 일본도 우경화해 이에 비판적인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희망은 아직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정치적 흥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현재는 일본 정부 내에 친한파가 약하다, 줄어들었다는 소리가 들리지만 머지않아 아베 정권의 우경화가 지나쳤다는 반성이 반드시 나올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아침 신문에서 한국에 대해 나쁜 얘기를 읽어도 저녁에 드라마 대장금의 주인공이 어떻게 되는지를 걱정한다. 그것이 한일관계를 상징하는 현실이다. 아베는 이 점을 명심하라.”

● 최서면 원장은

△1928년 강원 원주 출생
△1945년 연희전문 정치과 입학
△1949년 대동신문 기자
△1951년 ‘성(聖) 방지거의 집’ 원장
△1957년 도일(渡日)
△1960년 일본 아세아대 교수
△1969년 일본 도쿄한국연구원장
△1973년 국제한국연구기관협의회 사무총장
△1990년 한·몽골친선협회 회장
△현재
국가보훈처 안중근의사 유해발굴추진단 자문위원 겸 자료발굴단 단장,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초빙교수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최서면#국제한국연구원장#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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