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0.9% 성장… 회복추세냐 착시효과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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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정부 신경전 2라운드

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1∼3월)에 전기 대비 0.9% 성장했다. 기대치를 웃도는 ‘깜짝 성장’이라는 게 경제계, 금융권의 반응. 하지만 지난해 4분기(10∼12월) 성장률이 워낙 낮았던 영향이 작지 않아 향후 경기의 향방을 섣불리 판단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수치를 발표하면서 한국은행은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며 이달 초 기준금리 동결이 올바른 판단이었음을 넌지시 강조했다. 하지만 한은에 금리인하를 요구해온 정부는 같은 수치를 놓고 “경기회복의 신호탄으로 보기 어렵다”며 반박해 기준금리 인하를 놓고 진행돼온 한은과 정부의 신경전이 ‘2라운드’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 깜짝 성장 vs 착시효과

한은은 25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2012년 4분기보다 0.9%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기 대비 성장률로는 2011년 1분기(1.3%) 이후 2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이달 11일 내놨던 1분기 성장률 전망치(0.8%)보다도 높다. 지난해 1분기 0.8%였던 전기 대비 성장률은 2분기(4∼6월) 0.3%, 3분기(7∼9월) 0%로 하락한 뒤 4분기에 0.3%로 소폭 반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1분기 성장률이 0.9%로 뛰어오르자 이달 11일 ‘미약한 경기 회복세’를 근거로 금리를 동결해 정부와 충돌했던 한은은 체면을 세우게 됐다.

이날 한은은 민간소비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건설 및 설비 투자와 수출이 호조를 보여 1분기 성장률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부문별로는 1분기 민간소비가 전기 대비 0.3% 줄었지만, 건설투자는 경기 동탄2신도시 분양, 전력난에 따른 발전소 추가 건설 등으로 전기보다 2.5% 증가했다. 수출도 석유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3.2% 늘었고 설비투자 역시 전기보다 3.0% 증가했다.

한은은 전 분기 성장률이 낮은 데 따른 상대적 상승, 즉 ‘기저효과’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경기 회복세에 대한 낙관론을 펼쳤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분기 이후 성장률을 점치기 힘들지만, 올해 한국 경제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한은의 기존 전망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 정부와 한은의 신경전 2라운드

한은의 설명과 달리 정부는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평가를 절하했다. 정부 관계자는 “1분기 성장률이 0.9%로 다소 높아졌어도 8개 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이 이어졌다는 점에선 달라진 게 없다”면서 “저성장 흐름을 끊으려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한 가지 정책보다 기준금리 조정 등을 결합한 정책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성장률이라도 전기 대비가 아닌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정부 분석에도 설득력이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올해 1분기 성장률은 1.5%로 2009년 3분기(1.0%) 이후 5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 3%대 중후반으로 추산되는 잠재성장률을 여전히 밑돌고 있는 셈이다. 특히 향후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될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11.5%나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18.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1.2%로 전체 성장률을 깎아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현재 정부가 빠르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질 수도 있다”면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며 부정적인 경기진단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처한 대내외 현실을 고려할 때 한은과 정부의 신경전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분위기라면 양 측의 대립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거시경제의 두 중심축이 감정싸움을 벌이는 건 어떤 식으로도 한국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한국은행#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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