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전락 박지성을 아시아 마케팅에만 이용하는 QPR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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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5일 15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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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즈 파크 레인저스 박지성. 스포츠동아DB
퀸즈 파크 레인저스 박지성. 스포츠동아DB
최근 퀸즈파크레인저스(QPR)와 경남FC의 친선경기가 확정되면서 축구팬들의 갑론을박이 뜨겁다. 인기 못지않게 ‘미운 털’이 박힌 구단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논란은 QPR의 강등이 기정사실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박지성의 이적설이 분분한 가운데 출전약속을 계약서에 명기한 것 또한 씁쓸하다. 경남FC의 입장에서는 프리미어리그 구단이자 박지성의 소속팀과 가지는 친선경기에서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QPR의 아시아투어는 여러모로 개운치 못하다.

유럽축구단들의 아시아 마케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를 세계 최고 인기리그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리버풀, 아스널 등 EPL의 빅클럽들은 아시아 국가들을 자신들의 축구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이들은 아시아 국가들의 언어로 된 웹사이트를 제공하고, 각 국가별로 이벤트를 실시한다. 홍콩과 싱가포르, 일본 등에는 구단 소유의 쇼핑몰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아시아 시장의 공략은 상품판매, 투어 등을 비롯한 다양한 수익 외에도 중계권료라는 큰 이익이 따라붙는다. 괜찮은 실력의 인기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의도적으로 영입설만 흘리기도 한다. 이러한 아시아선수의 영입은 아시아 마케팅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뿐 아니라 부가적인 스폰서까지 얻을 수 있다.

지구 반대편 축구장에서 한글로 된 광고판이 보이는 이유다. 최근에는 중국어, 태국어 등 다양한 아시아 언어들이 EPL 구장들의 광고판을 장식하고 있다.

QPR 역시 아시아 마케팅에 적극적인 구단이다. 아시아 최고스타 박지성을 영입해 전면에 내세웠다. 한국인 직원을 채용하고 한글 트위터를 개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QPR의 아시아 마케팅은 다른 EPL 구단들과 차이점이 있다. QPR의 아시아 마케팅은 구단의 명성을 높이고 팬들을 확보한다기보다 구단주의 기업인 ‘에어아시아’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커 보인다. 이러한 의도는 강등 위기 속에서도 또다시 아시아투어를 감행하려는 경영진의 모습에서 읽을 수 있다.

2부 리그 강등은 구단 운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경영압박은 심해지고 선수단 구성에는 큰 변화가 생긴다. 이적시장에서 주급이 높은 선수를 최대가치로 팔아야 하고 저평가된 선수들을 신속하게 영입해야만 한다. 감독은 물론 전 구단이 영입시장에서 눈에 불을 켜고 동분서주해야 한다. 이러한 시기에 아시아투어를 감행하려는 QPR의 구단주 토니 페르난데스의 선택은 구단의 성장보다 에어아시아의 성장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또한 박지성을 마지막까지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씁쓸하다. 특히 이적하더라도 출전시키겠다는 약속은 선수 본인에게도 즐거운 일은 아니다. QPR은 지난해 아시아투어 직전 박지성을 긴급히 영입했다. 그와 동시에 갓 이적한 박지성에게 주장 완장을 채우고 홍보에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구단주와 발전구상을 같이하던 마크 휴즈 감독이 떠나자 상황은 급변했다. 해리 레드냅의 부임 이후 박지성은 시즌 중 주장완장을 빼앗기는 수모를 당하며 후보급 선수로 분류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다시 박지성을 아시아 홍보대사(?)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국내 축구팬들에게 달가울 리 만무하다.

런던(영국) | 이지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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