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ro]발바닥-뼈에 최적화된 밑창, 발이 땅의 감촉을 느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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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풋 시리즈 개발한 한승범 헤드 부장

23일 서울 중구 무교동 조이코오롱 매장에서 한승범 코오롱 헤드 신발기획팀 부장이 자신이 기획한 제품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베어풋 제품은 인체공학과 디자인 센스를 함께 넣은 감성공학 제품”이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3일 서울 중구 무교동 조이코오롱 매장에서 한승범 코오롱 헤드 신발기획팀 부장이 자신이 기획한 제품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베어풋 제품은 인체공학과 디자인 센스를 함께 넣은 감성공학 제품”이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운동선수를 연상케 하는 다부진 체격이지만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동안의 소유자. 23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 조이코오롱 매장에서 만난 한승범 코오롱 헤드 신발기획팀 부장(51)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그런데 그의 발을 보면 입이 한 번 더 벌어진다. 길이가 300mm에 이른다. 중학생 때는 큰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다가 무지외반증이 생겨 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성인이 된 후에는 아예 신발 관련 직업을 갖게 됐다. 그는 1989년 코오롱에서 등산화 담당을 맡은 이래 운동화와 관련한 연구를 이어온 ‘신발의 달인’이다.

맨발의 장점을 살리는 신발

한 부장은 “신발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살려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몸은 걷고 뛰는 데 이미 최적화돼 있다. 좋은 신발은 이런 기능을 최대한 살리되 발을 지나치게 감싸거나 해서 그 능력 발휘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부장은 이런 생각을 자신이 개발한 ‘베어풋 맷 웨이브’와 ‘베어풋 스프링 빔’ 같은 신발에 고스란히 적용해 왔다.

그가 베어풋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는 2000년대 중반이었다. 당시 외국 운동화 시장에서는 ‘맨발의 라이프스타일’이 유행하고 있었다. 한 부장은 “맨발 생활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으로 퍼져, 일본의 한 유치원은 아예 수업 과정 자체를 모두 맨발로 운영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다 생체모방기술을 바탕으로 한, 발가락 모양을 그대로 구현한 신발들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그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이전에는 축구화, 야구화처럼 종목에 특화된 운동화만 있었는데 아예 새로운 장르가 개척된 것이었어요. 스포츠화 업체들이 맨발이 가진 장점에 주목한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지요.”

이런 제품들은 200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했지만 대부분 반짝 인기에 그치고 말았다. 그는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베어풋의 개념은 살리되 우리 정서에 맞는 ‘감성공학’을 제품에 도입하기로 했다. 헤드의 ‘베어풋’ 시리즈가 그 결과물이다.

“발 한쪽은 모두 26개의 뼈로 이뤄져 있습니다. 양발을 합치면 52개가 되죠. 우리 몸에 있는 200여 개의 뼈 중 4분의 1이 발에 집중돼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섬세한 발 뼈와 근육들의 움직임을 분석해서 나온 것이 헤드 베어풋의 아웃솔(밑창)입니다.”

실제 발처럼 늘어나는 밑창

실제로 ‘헤드 베어풋 스프링 빔’의 밑창은 발자국 모양과 닮았다. 13개의 원형 셀(cell)로 구성된 이 밑창에는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단 하나도 없다. 뒤꿈치 뼈 등 충격에 취약한 부분에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동그란 모양의 러버솔(고무 밑창) 소재를 사용했다. 발가락이 갈라지는 부분이나 걷거나 뛸 때 많이 휘는 부분에는 EVA(스펀지와 비슷한 압축가공수지)소재 대신 잘 늘어나는 소재를 넣어 신발이 발의 움직임과 최대한 비슷하게 움직이게 했다.

한 부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 발의 움직임을 연구했다. 달리기를 할 때 발의 바깥쪽이 땅바닥에 먼저 닿는다는 점에 착안해 뒤꿈치 부분의 밑창은 발 바깥쪽이 더 긴 비대칭형으로 만들기로 했다. 또 디딜 때 힘이 집중되는 엄지발가락 부분에는 높은 마찰력을 이용해 추진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특수 고무 재질을 붙였다. 땅바닥을 디딜 때 발볼이 약 8.1%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해 밑창이 그와 비슷한 비율로 늘어나도록 만든 것은 그의 독창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는 밑창은 물론 메시(그물) 소재와 벌집 모양의 고무 소재를 이용해 인솔(깔창)까지 같이 늘어나도록 했다.

“우리 발이 고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생각으로 제품을 만들었지요.”

그의 최신 연구 결과가 모두 적용된 제품이 바로 다음 달 출시되는 ‘뉴런’이다.

한 부장은 “좋은 신발은 우리 몸속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라고 할 수 있는 고유 수용성 감각(우리 몸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뇌에 전달해 자연스러운 활동이 가능하도록 돕는 감각)을 해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쿠셔닝을 갖춘 제품은 발의 감각을 둔하게 만들어 오히려 부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의 이런 생각도 신발에 고스란히 옮겨졌다. 그가 개발한 베어풋 슈즈의 밑창은 두께가 6∼11mm 정도다. 발이 지면의 감촉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인터뷰 막바지에 그는 운동화 선택에 대해 간단하고 명확한 조언을 해 주었다.

“제가 어려운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사실 우리가 신었을 때 편한 기분이 들면 그게 최고의 신발입니다. 운동화를 고르실 때는 신고 나서 5초 내로 편안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을 고르세요. 신발에 발이 맞춰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세요. 편한 신발은 우리가 운동을 하고 싶게 만들어 주거든요.”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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