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확산 마피아’ 아인혼 설득할 히든카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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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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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원자력협정 3개월마다 추가 협상”… 앞으로 2년 어떻게

‘깜짝 카드’는 없었다. 취재진의 ‘혹시나’ 하는 마음은 곧 ‘역시나’ 하는 실망감으로 변했다.

24일 정오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2층 브리핑룸에서 진행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결과 발표는 미국의 완강한 핵 비확산 주장에 밀려 협정 개정이 2년 뒤로 미뤄졌다는 기존 언론보도 내용을 확인하는 선에 그쳤다. 향후 3개월마다 협상의 형식적 절차적 내용 외에 한국 정부의 요구가 반영된 ‘플러스알파(+α)’의 실질적 진전이 있을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도 끝내 충족되지 못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의 험난한 앞날에 대한 고민과 걱정만 커져가고 있다.

○ “충분한 협상시간 확보” vs “시한폭탄 미뤄놓기만”

한미 양국은 이날 원자력협정의 만기일(2014년 3월)을 2016년 3월까지 연장하고 6월부터 분기마다 추가 협상을 진행한다는 합의 결과를 서울과 워싱턴에서 공식 발표했다. 한미 양국은 2010년 10월부터 모두 6차례의 본협상을 열고 협정 개정을 위한 논의를 해왔다. 그러나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및 저농축 우라늄 확보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끝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언론사 편집국장들과의 오찬에서 “새 정부 들어 짧은 시간에 원하는 방향으로, 호혜적이고 선진적으로 (개정)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견해차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협정이 개정되지 않고 공백 상태가 되면 원자력 발전에 장애가 되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며 “3개월마다 회의를 하도록 정해져 있어 1년 안에, 또는 1년 반 안에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좀더 선진적이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도록 얘기가 됐기 때문에 의미 있는 진전도 있었다”며 “이번에 미국에 가서 ‘어떤 방향으로 더 노력해 나갈 것인가’ 하는 얘기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산대 정승윤 교수는 “그동안 진전을 보지 못했다면 2년 뒤에도 별다른 대안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협상 전열을 제대로 정비해야

정부가 이 협상을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만들지 않고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려면 미국을 설득할 논리 개발 등 협상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우선 시급한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해결을 위해 미국과 핵주기 공동연구(joint fuel cycle study)를 비롯한 기술협력 강화 분야에 협상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다음 달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의 공론화’와 협정에 대한 여론 수렴 절차를 진행한다. 또 협정문에 한국의 우라늄 농축 권한을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대한 미국의 사전동의 권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문화의 내용과 방식을 놓고 난항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국 협상단의 전력(戰力) 보강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10년 넘게 비확산 분야를 담당해 ‘비확산 마피아’의 대부로 불리는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가 수석대표로 협상을 맡아왔다. 반면에 카운터파트인 박노벽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는 2011년 3월 협상 수석대표에 임명됐다. 박 수석대표는 “원자력 기술 관련 내용이 어렵고 복잡하다”며 관련 공부를 하는 데에만 6개월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날 “한국의 야권에서는 ‘박근혜정부의 미국에 대한 패배(defeat)’라고 규정하려 할 것”이라며 “그래도 양국은 이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치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부담에서 벗어나 협상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한미원자력협정#아인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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