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모와 자녀 세대를 이어준 歌王 조용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5일 03시 00분


7080세대에게 조용필은 시대의 아이콘 같은 가수다. 노래방에서나 야구장에서 그의 노래와 만나면 ‘오빠!’가 자동적으로 나올 만큼 대중적 인기와 음악적 성취를 누렸다. ‘가왕(歌王)’이란 이름에 손색이 없는 가수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젊을 때의 가창력이 점점 시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환갑을 넘긴 그가 10년 만에 ‘헬로’라는 새 음반을 들고 나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음반이 발매된 그제 수백 명의 팬이 새 음반을 사기 위해 서점 앞에서 밤을 새웠다. 신곡 발표장에서는 2000여 명의 관객이 ‘오빠’를 외쳤다. 인터넷에서도 멜론 엠넷 등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 1∼10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를 ‘흘러간 전설’로만 생각했던 사람들에겐 놀라운 일이자 기분 좋은 뉴스다.

경이로운 건 새 음반 자체가 ‘자기 혁신’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63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젊은 감각을 유지한 비결에 대해 그는 “테두리 안에 갇혀 있는 나의 틀을 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몇 년간 스스로 작곡한 곡들을 모두 버리고 외국의 음악가들에게 곡을 의뢰했다. ‘헬로’ ‘바운스(Bounce)’ ‘어느 날 귀로에서’ 등 대표곡들은 그에게서 듣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이라는 평을 받는다. 50대 회사원은 “대학 시절 즐겨 불렀으나 이제는 시대의 뒤안길로 물러났다고 생각했던 그의 음악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보고 경외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중년 가수의 화려한 컴백은 10대 아이돌 중심의 음악 시장에선 대단한 ‘사건’이다. 최근 영화 출판 공연계를 중심으로 중년층 소비자가 많아졌지만 세대 간 장벽은 여전히 두꺼웠다. 걸그룹 ‘소녀시대’에 열광하는 아빠들은 있었지만 ‘아빠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소녀들은 거의 없었다.

그의 새 노래들은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이든 계층에는 향수를, 댄스곡에 질린 젊은이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평가다. 후배 가수들은 “음악에는 나이가 상관없다는 것을 증명해주신 선배님, 저도 더욱 분발하겠습니다”(보아)라며 감탄했다. 돌아온 가왕이 부모와 자녀 세대를 아우르는 희망과 소통의 메신저가 되길 바란다.
#가광#조용필#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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