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품종 - 신물질 개발… ‘富農의 꿈’ 주렁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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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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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진흥청 ‘바이오그린21사업’

배추 유전체를 완전히 해독한 농촌진흥청 연구팀이 온실에서 농산물 관련 연구를 하는 모습. 농촌진흥청 제공
배추 유전체를 완전히 해독한 농촌진흥청 연구팀이 온실에서 농산물 관련 연구를 하는 모습.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은 한국 농축산업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2011년부터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 10년간 진행되는 이 사업은 정부와 학계, 기업이 함께 농업생명공학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총 투자액은 약 1조 원이며 연간 연구 인력만 4100여 명에 이른다. 지난 2년간 이 사업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농업생명공학기술이 개발돼 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농진청은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성과보고회를 열 예정이다.

○ 신품종, 신물질 개발 앞장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품종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고추와 육종’의 윤재복 대표 연구팀이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탄저병 저항성 고추 품종’이 대표적이다. 아시아지역에서 피해가 심각한 고추 탄저병은 한국 농가에도 매년 약 1000억 원의 피해를 주는 식물 전염병이다.

윤 대표팀은 일단 탄저병 저항성을 일부 지닌 남미산 고추품종을 찾아내 기존 재배종과 교잡을 반복하면서 ‘탄저병 저항성 고추계통’을 만들어냈다. 농진청 관계자는 “그동안 탄저병에 저항하는 고추 품종을 개발하지 못한 것은 저항성을 지닌 유전자원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연구팀이 저항성을 지닌 유전체를 찾아낸 만큼 실험재배에 성공하면 상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최영훈 박사팀도 감귤의 껍질을 이용해 독성이 전혀 없는 ‘바이오 겔’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오 겔은 각종 화장품의 원료, 인공피부 등 의료용 소재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친환경농약, 비만억제 건강보조식품 등에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

○ 동식물 게놈프로젝트 착착 진행 중

장기이식 같은 생명공학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건국대 윤익진 교수팀 등 국내 공동연구진은 지난해 6월 면역거부반응 유전자가 제거된 형질전환 복제돼지의 심장과 신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심장을 이식받은 원숭이는 25일, 신장 이식 원숭이는 24일간 생존했다.

이 연구 역시 차세대 바이오그린21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돼지의 장기를 영장류에 이식하는 데 성공한 나라는 한국 미국 일본 3개국뿐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장기를 이식받은 원숭이가 25일간 생존했다는 것은 급성 면역거부반응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의미”라며 “관련 연구에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의 지원을 받은 국내 연구진이 돼지의 유전체 지도를 해독하는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하기도 했다. 국립축산과학원 김태헌 박사팀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9개국 연구진과 함께 지난해 11월 돼지 유전체 지도를 세계 최초로 완성해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동물뿐 아니라 식물 유전체 해독 작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립농업과학원 문정환 박사팀은 배추 유전체의 염기쌍 2억8400만 개를 해독하고 4만1174개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문 박사는 “이 배추 유전체 정보를 활용하면 새로운 품종, 유전자변형(GM) 작물 등을 개발하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금보다 비싼 新종자 개발에 4911억 투자”… 이양호 농촌진흥청장 ▼

“농업을 생산(1차), 가공(2차), 관광(3차)을 결합한 ‘6차 산업’으로 제대로 육성하면 승산이 있습니다.” 18일 취임 한 달을 맞은 이양호 농촌진흥청장(54·사진)은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농업의 6차 산업화’야말로 농가소득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농업형 창조경제’”라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새 정부가 제시한 농정의 3대 축인 △농가소득 향상 △복지 증진 △농업 경쟁력 제고를 뒷받침하는 ‘농업 싱크탱크’로서의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그는 “농업, 농촌이 위기라고 하지만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등 첨단기술과의 융·복합이 활발히 진행된다면 미래 성장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농업인, 학계가 ‘농업의 6차 산업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세워 긴밀히 협력하면 불가능한 일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또 △종자산업 △바이오신약 △인체장기 분야 등이 향후 농업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보다 비싼 신(新)종자를 개발하는 ‘골든시드 프로젝트’ 사업에 10년간 총 4911억 원을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종자를 20개 이상 개발할 계획”이라며 “형질전환 동물을 이용한 신약생산 기술개발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농진청은 박근혜 대통령이 ‘4대 악(惡)’ 중 하나로 꼽은 불량식품을 척결하기 위해 농산물 생산단계부터 안전성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이 청장은 “화학비료, 농약 등을 적게 사용하고도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농민들에게 적극 지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농촌진흥청#이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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