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과일향 은은한 블렌딩 티, 그녀의 향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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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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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바람 부는 프리미엄 차(茶)의 세계

오설록이 내놓은 블렌딩티 제품. 아모레퍼시픽 제공
오설록이 내놓은 블렌딩티 제품. 아모레퍼시픽 제공
차(茶) 문화는 중국 당나라 때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차 마시는 것을 즐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고려시대부터는 차 문화가 서민들에게도 퍼지면서 본격적으로 그 외연이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너무 익숙한 탓에 차 문화를 오래돼서 흔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차는 누구나, 아무 때나 먹는 흔한 것이고 일본은 차의 품질보다는 문화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차의 역사가 오래된 곳이라 차 품질이나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원동력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차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키워드는 ‘블렌딩’과 ‘꼼꼼함’이다. 기존의 재료를 이상적인 비율로 혼합해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을 만들거나, 재료 선별부터 유통까지 심혈을 기울여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블렌딩 티는 베이스가 되는 차 종류에 과일 등 다른 재료를 섞어 만든 차를 말한다. 여러 재료를 단순히 섞는 것이 아니라 각 재료의 맛이 살아 있으면서 다른 재료와 어울리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블렌딩 티 제조는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 선보이는 블렌딩 티는 주로 젊은 고객들을 타깃으로 해 다양한 향과 기능을 갖추고 출시되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오설록 티스톤 지하에는 블렌딩 티의 주 재료 중 하나인 후발효차 보관장소가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오설록 티스톤 지하에는 블렌딩 티의 주 재료 중 하나인 후발효차 보관장소가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지난해부터 녹차 브랜드 오설록을 통해 ‘설록 블렌딩 티’ 제품을 선보였다. 자체 기술로 생산한 후발효차에 여러 재료를 섞어 만들었다. 이 제품들은 제주 지역에서 수확해 100일 동안 발효한 후발효차와 함께 다양한 재료를 섞어 각기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블렌딩 티는 차는 맛이 없고 트렌디하지 않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만든 제품이다. ‘설록 레이디스트로베리 티’에는 4개 이상의 재료가 들어갔다. 녹차가 47%, 홍차가 30%, 후발효차가 18%, 딸기향과 분말이 각각 4.5%, 0.5% 혼합된 제품이다. 오설록 관계자는 “숙녀처럼 경쾌하고 발랄한 딸기의 풍미를 전하는 제품”이라며 “20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설록의 차 생산지인 제주 지역만의 특색을 담은 차도 있다. ‘설록 제주삼다탠저린 티’는 후발효차와 한라봉 껍질만으로 만든 블렌딩 티 제품이다. 후발효차의 진한 맛에 한라봉 특유의 향이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차게 해서 마셔도 좋다.

기능성 차 전문업체인 티젠은 최근 ‘레몬마테차’를 출시했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을 위해 마테와 페넬(지중해 연안에서 생산되는 차의 원료), 레몬 등을 함께 넣었다. 티젠 관계자는 “최근 ‘디톡스’ 열풍으로 유명해진 레몬과 식욕 억제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페넬을 함께 넣어 시너지 효과를 노린 제품”이라고 말했다.

변화가 만사는 아니다. 전통적으로 전해지는 제품의 품질을 극대화해 승부하는 업체도 많다. 30년이 넘게 전통차만을 생산해 온 쌍계제다는 1970, 80년대 소수의 마니아만 찾던 브랜드로 출발했지만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현대백화점에 입점해 매장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2002년 국제 명차 품평 대회에서 ‘우전차’는 금상을, ‘작설차’는 우수품질상을 받기도 했다.

쌍계차는 4월 중순부터 5월까지 생산되는 찻잎만으로 생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어린잎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참나무숯을 이용한 덖음 과정에는 30∼40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달인들이 투입된다. 전통 차 제조방법에 다양한 재료를 결합해 만든 ‘크리스털’ 라인도 있다. 호리병 모양의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 ‘국화차’ ‘캐모마일’ 등 다양한 허브티와 전통 차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을 통해 차 문화를 전해 받은 뒤로 홍차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차 문화를 형성한 유럽에서도 다양한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국내 유명 호텔에서 애프터눈 티 세트로 제공되고 있는 알트하우스는 독일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본연의 맛과 향을 지닌 ‘오리지널 티’ 시리즈부터 다양한 제품이 출시됐다. 철저한 매뉴얼을 통해 최고 품질의 찻잎만을 엄선해 만든 ‘루즈팩’ 라인에서는 홍차를 비롯해 허브차, 과일차, 백차(솜털이 덮인 어린 찻잎을 그대로 말려 만든 차) 등을 선보이고 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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