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플러스] 잠수함, 좌타자에도 통한다

  • Array
  • 입력 2013년 4월 24일 07시 00분


2000년대 들어 줄어들던 잠수함 투수들이 올 시즌 불펜뿐 아니라 선발로도 득세하고 있다. 국내 대표 잠수함 투수인 넥센 김병현이 19일 목동 NC전에 선발 등판해 날카로운 눈빛으로 투구하고 있다. 목동|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2000년대 들어 줄어들던 잠수함 투수들이 올 시즌 불펜뿐 아니라 선발로도 득세하고 있다. 국내 대표 잠수함 투수인 넥센 김병현이 19일 목동 NC전에 선발 등판해 날카로운 눈빛으로 투구하고 있다. 목동|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잠수함 전성시대’ 다시 오는가?

잠수함 투수는 사이드암 투수와 언더핸드 투수를 통칭해서 이르는 말이다. 어깨보다 낮은 쪽에서 릴리스 포인트가 형성되는 투수로, 국내 야구계에선 속칭 ‘옆구리 투수’라고도 한다. 메이저리그에선 ‘서브마린 피처(Submarine Pitcher)’, 이를 줄여 ‘서브마리너(Submariner)’라고 부른다. 2000년대 들어 갈수록 줄어들던 잠수함 투수들이 올 시즌 득세하고 있다. 각 팀 불펜뿐 아니라 선발로 맹활약하는 잠수함 투수가 증가하고 있다. ‘잠수함의 전성시대’가 다시 오는 것일까.

김병현 오현택 이태양 우규민…
선발·불펜서 잠수함투수 활약
“2-3년 지나면 익숙” 한계론도

○신선한 잠수함 바람

선발투수 중에선 넥센 김병현이 지난해에 비해 부쩍 향상된 구위로 벌써 2승(1패)을 거뒀다. LG는 우규민과 신정락 등 2명의 잠수함을 선발진에 넣었고, 신생팀 NC에선 이재학과 이태양이 선발로 자리 잡아 팀의 3승 중 2승을 책임졌다. 불펜에서도 잠수함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 잠수함인 롯데 정대현이 부진하지만 두산 오현택과 KIA 박준표가 새로 떠올랐고, 넥센 한현희는 5홀드로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삼성 심창민은 ‘질식 불펜’의 미래로 꼽히며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SK만 올 시즌 유일하게 잠수함 투수의 1군 등판 기록이 없지만, 전체적으로 잠수함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최근 수년간보다 부쩍 늘었다.

두산 오현택· LG 우규민·NC이태양(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두산 오현택· LG 우규민·NC이태양(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좌타자 잡는 잠수함?

잠수함 투수의 가장 큰 약점은 좌타자에게 약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 기록을 살펴보면 특이한 동향이 눈에 띈다. 잠수함 투수가 좌타자를 가장 잘 처리했기 때문이다. 23일까지 좌타자를 상대로 0.261, 우타자를 상대로 0.255의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좌타자에 약했지만, 6리 차이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좌타자에 강하다는 좌투수는 어떨까. 오히려 좌타자 피안타율(0.291)이 우타자 피안타율(0.259)보다 3푼2리나 높았다. 잠수함을 제외한 우투수는 우타자(0.260)보다 좌타자(0.285) 피타율이 2푼5리나 높았다.

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잠수함 투수 출신의 두산 김진욱 감독은 희소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좌타자가 나오면 상대 벤치는 좌투수를 투입한다. 좌타자들은 최근 수년간 좌투수에게는 익숙해졌지만 잠수함 투수는 낯설다. 오히려 잠수함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그래서 상대가 좌타자일 때도 오현택으로 승부한다”고 밝혔다. 오현택은 올 시즌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17(23타수 5안타)이지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091(11타수 1안타)에 불과하다.


○잠수함 전성시대?

잠수함 투수가 좌타자에 강점을 보이는 것은 투구 스타일의 변화와도 맞물린다. 과거 잠수함 투수로 맹활약했던 SK 조웅천 코치는 “최근 잠수함들이 싱커나 서클체인지업, 투심패스트볼 등 떨어지는 구종을 장착해 좌타자를 상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삼성 김현욱 코치는 이에 덧붙여 “과거와는 달리 최근엔 시속 145km 이상의 구속에다 무브먼트를 가미하는 잠수함 투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잠수함 투수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조웅천 코치는 “흐름이란 게 있다. 최근 희소성 때문에 일시적으로 잠수함 바람이 불고 있지만, 2∼3년 지나면 타자들이 익숙해지기 때문에 다시 잠수함들이 버티기 쉽지 않은 시기가 또 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잠수함 선발투수를 2명이나 보유한 LG 차명석 코치는 “솔직히 고육지책이다”면서 “상대성과 특별케이스가 있겠지만 잠수함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떨어지는 공이나 사이드암에 약한 타자에 맞춰 중간에 기용할 수 있지만, 파워를 갖춘 좌타자가 많은 현대야구에서 선발로 한 시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고 분석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