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 사람]경북여고 시각장애인 영어교사 이우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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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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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하나하나 목소리로 기억할 것”

“세상은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죠. 목소리로도 예쁜 학생들의 모습이 아주 잘 보입니다.”

대구 중구 남산동 경북여고 이우호 영어교사(39·사진). 지난달 임용돼 두 달째 교단에 서고 있는 이 교사는 23일 “목소리로 전교생(1480명)과 교직원(107명)을 모두 기억하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사는 20대 초반에 느닷없이 찾아온 망막 질환으로 24세에 시력을 완전히 잃어 1급 시각장애인이 됐다. 처음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절망이 이어졌지만 특수교육을 받으면서 영어교사를 꿈꿨다. 2001년 대구대 영어교육과에 입학한 뒤 특수교육을 전공해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특수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면서 임용시험을 준비한 그는 세 번의 실패를 딛고 합격했다. 대구에서 시각장애인이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공립중등 임용시험에 합격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시각장애인은 세상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더 많은 세상을 볼 수 있다. 교정의 꽃은 혼자 피어나는 게 아니라 흙 등 여러 가지가 어울려 가능하다. 세상도 장애나 비장애의 구별이 아니라 함께 어울릴 때 큰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성독서기와 화면읽기 장치를 이용해 1학년 12개 반 영어수업과 방과 후 수업(보충수업)으로 일주일에 16시간 영어를 가르친다. 학생들의 영자신문 동아리 지도도 맡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이 교사 곁에서 업무를 도와주는 직원 1명을 채용했다.

이 교사는 “하루하루가 감격스럽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박사학위 논문을 끝낸 뒤 교사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해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이우호 영어교사#경북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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