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112만원 못벌면 국제결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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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3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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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르면 내년부터 비자 심사 강화

이르면 내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국제결혼을 할 수 없다. 정부는 23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결혼이민 사증 심사기준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밝혔다. 법무부 여성가족부 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가 참석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득이 최저생계비보다 20% 이상 많지 않은 차상위계층과 기초생활수급자의 외국인 배우자에게는 결혼이민비자가 발급되지 않는다. 이들이 결혼이민비자를 받으려면 월 111만6677원(2인 기준)을 벌어야 한다. 이 기준을 최저생계비보다 80% 많은 수준(2인 기준 175만15원)까지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스스로 생계를 잇지 못하는 사람이 외국인 배우자를 데려와 문제가 생기는 걸 막기 위해서다. 비자가 발급되지 않으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해 저소득층의 국제결혼이 사실상 금지되는 셈이다.

현재 미국 영국 노르웨이 같은 국가는 일정한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만 외국인 배우자의 결혼비자를 발급한다. 소득 요건은 미국의 경우 ‘연방 빈곤기준선’의 125%(2인 기준 월 1616달러·약 181만 원) 이상이다.

안정적인 주거공간이 없는 국민의 외국인 배우자에 대한 결혼이민비자 발급도 제한한다. 고시원이나 모텔에서 생활하거나,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 얹혀서 사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노숙자나 신용불량자가 돈을 얻으려고 위장결혼을 하거나, 가족 부양능력이 없는데도 국제결혼을 했다가 가족 해체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짧은 시간 내에 상대를 바꿔가며 국제결혼을 여러 번 해도 결혼이민비자 발급에 제한을 받는다. 현재는 최근 5년 이내에 두 번 국제결혼을 하면 세 번째 국제결혼 때부터는 외국인 배우자에게 결혼이민비자가 발급되지 않는다. 정부는 이를 ‘최근 5년 이내에 한 번 이상 국제결혼을 했을 경우’로 강화할 방침이다. 단, 외국인 배우자와 사별을 하는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아울러 정부는 외국인 배우자가 한국어능력시험(TOPIK) 초급 1단계 수준의 언어능력을 갖춰야 결혼이민비자를 발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주문하는 등 생존에 필요한 기초적인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한국어 능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비자 발급이 6개월간 연기된다. 언어를 이유로 2번 이상 비자 발급이 연기됐다면 입국한 뒤 기본적인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는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한다.

이런 방안을 마련하는 이유는 최소한의 의사소통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4, 5일 만에 속성으로 결혼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영어나 별도의 언어로 부부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이런 심사 자체를 받지 않는다. 한국어능력시험 역시 치르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 달 입법예고 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법안이 통과되면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내년부터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국제결혼#한국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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