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맞고 또 맞고’ ML 사구 신기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3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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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 예상을깨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신시내티 레즈 톱타자 추신수가 23일(한국시간) 홈에서 벌어진 시카고 컵스전에서 볼넷2 몸에 맞는 볼 1개로 3차례 출루했다. 6타석 3출루였고,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출루율은 전날보다 조금 떨어져0.521을 마크했다. 타율은 0.366(리그 3위)가 됐다. 신시내티는 세자르 이스투러스의 끝내기 안타가 터져 연장 13회 5-4로 승리, 3연승 행진을 벌였다.

추신수는 이날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수립했다. 월간 최다 사구다. 종전 기록은 추신수와 함께 메이저리그 1903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활동한마이크 돈린의 9개가 월간 최다 사구였다. 추신수는 6회 컵스 좌완 트래비스 우드로부터 몸에 맞는 볼로 10개를 기록했다. 이날 현재 신시내티 전 타자들의 몸에 맞은 볼이 총 13개다 이 가운데77%에 달하는 10개를 추신수 홀로 얻어 맞았다.

앞으로 8경기가 남아 있는 터라 현 추세라면 한 시즌 최다 기록도 경신할 태세다. 한 시즌 최다 사구는 론 헌트의 50개다. 1971년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작성한 기록이다. 전형적인 2루수였던 헌트는 7년 연속 리그 최다 사구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몸으로 때우고 출루를 한 선수다.

사실 사구는 신체가 작은 선수들이 자주 맞는다. 역대 사구 부문 2위(267개)에 랭크돼 있는 강타자 돈 베일러(현 애리조나 타격코치)는 예외의 케이스에 속한다. 타격자세가 꼿꼿했던데다가 플레이트 안쪽으로 붙었다. 한 시즌 최다 사구를 작성한 헌트도 그렇고, 역대 이부문통산 1위(285개)인 전 휴스턴 애스트로스 2루수 크레이그 비지오도 체구가 작았다. 추신수와 같은 180cm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 정도의 신장은 작은 편에 속한다.

신장이 작은 선수는 신체상 타석에 바짝 다가설 밖에 없다. 게다가 타격자세가 웅크릴 경우 투수는몸쪽 볼 구사가 어렵다. 몸에 맞는 볼이 자주 나온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도 3번타자를 맞으면서도 몸에 맞는 볼이 많았다. 매우 특이한 케이스에 속한다. 2009년 17개의 사구를 기록한 적이 있다. 지난해는 중심타자에서 톱타자를 겸하면서 14개의 사구를 얻었다.

강타자들은 몸에 맞는 볼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타자에게 겁을 주려는공격적인 피칭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자칫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진다. 현 추신수의 동료인 MVP 출신 조이 보토는 2010년 사구 7개가 자신의 최다다. 10년 연속 100타점을 작성한 앨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도 한 시즌 10개가 최다였다.

그러나 추신수의 사구는 출루를 염두에 둔 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추신수가 몸에 맞는 볼을 맞았다고 투수에게 발끈한 적은 별로 없다. 그 이유는 타석에 바짝 다가섰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나온 사구다. 사실 투수와 타자는 몸쪽 공간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의 싸움이다. LA 다저스 명예의 전당 멤버인 돈 드라이스데일(작고)은 역대 메이저리그 투수 가운데 몸쪽 위협구를 가장 잘 던진 피처로 유명하다. '외계인'으로 통했던 페드로 마르티네스(현 보스턴레드삭스 단장 보좌역)은 현역 시절 몸에 맞는 볼은 모두 고의였다고 토로했다. 톱타자인 추신수에게 높은 출루율도 좋지만 부상없이 한 시즌을 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symoon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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