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텍스트가 한 공간 안에서 하나로

  • Array
  • 입력 2013년 4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내 첫 개인전 英 설치미술가 리엄 길릭

리엄 길릭 씨. 갤러리 인 제공
리엄 길릭 씨. 갤러리 인 제공
“이 전시를 진행하면서 텍스트와 물질적인 사물이 융합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영국의 ‘관계 미술(Relation Art)’ 대표 작가인 리엄 길릭(49)이 서울 팔판동 갤러리 인에서 다음 달 22일까지 국내 첫 개인전을 연다. ‘다섯 개의 구조와 뱃노래(Five Structures and a Shanty)’전. 작가는 전시장 특성에 맞게 한 달을 들여 새로 제작한 설치 작품과 텍스트 작업을 선보인다.

그는 1980년대 후반 이후 영국 현대미술 부흥을 주도한 작가를 일컫는 ‘yBa’(young British artists)의 초기 작가 중 한 명이다. 주로 알루미늄을 활용해 공간의 사회적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 설치미술을 선보여 왔다.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국적을 뛰어넘어 독일관 대표 작가로 초청돼 주목받았다.

이번 작품들도 공간의 사회적 관계성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전시장 중앙엔 노란색, 짙은 갈색으로 색칠한 천장이 뚫린 알루미늄 정육면체 설치물들이 들어서 있다. 벽에는 건물에 설치된 히터에서 영감을 받은 구조물이 설치됐다. “철골이나 기둥 같은 1차적 구조물이 아니라 에어컨이나 히터 같은 2차적 구조물에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죠. 왜 이런 구조물을 설치했느냐는 질문은 마치 ‘네가 언제 사랑에 빠졌니’란 질문 같아 대답하기 어렵죠.”

또 벽에는 뱃사람이 돛을 올리고 내릴 때 부르던 영국 뱃노래의 가사가 쓰여 있다. 영국 뱃사람들의 노동가 ‘행잉 조니(Hanging Johnny)’의 일부를 발췌한 이 텍스트 속 알파벳 ‘o’는 빈 공간이 까맣게 칠해져 있다. “작업을 하다 컴퓨터에 에러가 났어요. 실수로 일어난 결과물에 저는 희열을 느낍니다. 영국 뱃노래를 택한 이유는 한국에 낯선 것을 선물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모두가 우연적이지만 뜻밖의 놀라운 선물 같은 거요.” 02-732-4677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리엄 길릭#관계 미술#다섯 개의 구조와 뱃노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