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선 기자의 영화와 영원히]전주영화제와 전주비빔밥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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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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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 감독 하이파 알만수르가 연출한 전주영화제 폐막작 ‘와즈다’. 전주영화제 제공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 감독 하이파 알만수르가 연출한 전주영화제 폐막작 ‘와즈다’. 전주영화제 제공
전주의 봄은 영화로 뜨거웠었다. 한때 독특한 색깔의 작품들을 소개했던 영화제는 독립영화들을 위한 마당이었다. 하지만 지금 전주를 보는 시각은 요즘 날씨처럼 ‘춘래불사춘’이다.

지난해 전주영화제는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지역 언론과 갈등을 빚은 이유로 해임됐고, 다른 프로그래머들도 동반 사퇴했다. 모두 독립예술영화를 사랑했던 이들이다. 자연스레 영화제도 색깔을 잃었다. 민병록 집행위원장도 옷을 벗으며 영화제는 만신창이가 됐다.

신임 고석만 집행위원장이 들어왔다. 그는 ‘수사반장’ ‘제3공화국’ 등을 연출한 MBC PD 출신으로, EBS 사장과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지냈다. 초상집이 된 축제를 살릴 구원투수로 영화제 측은 문화계의 거물 인사를 영입했다.

영화제는 화제작이 있어야 팬이 몰린다. 전주영화제는 2011년 김재환 감독의 ‘트루맛쇼’를 소개하며 이목을 끌었다. 이 영화는 방송에 소개된 맛집이 사실은 돈을 내고 프로그램에 협찬을 한다는 내용을 담아 파문을 일으켰다.

올해는 정지영 감독이 설립한 아우라픽쳐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가 단연 화제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집행위원장을 바꾸고 이슈가 될 영화를 가져오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싸늘해진 영화 팬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는 전주만의 색깔을 다시 찾는 것이 시급하다. 부산은 주류 영화로, 부천은 괴기스러운 영화로, 제천은 음악 영화로 사랑받고 있다. 반면 전주에 가야 할 이유가 딱히 뭘까? 비빔밥과 한옥마을을 제외하고, 영화를 보기 위해 전주를 찾을 이유는 뭘까? 전주가 답할 때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전주영화제#화제작#와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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