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해도 보조금 펑펑 덴마크, 복지군살 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민들 의존 지나쳐 근로의욕 저하”
月110만원 대학생지원금 대폭 삭감… 실업수당 기간도 4년서 2년으로

북유럽의 대표적인 복지 국가인 덴마크가 대대적인 ‘복지 모델 개편’에 나서고 있다. 현재 상태로는 미래의 성장 동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16세에 싱글맘이 된 카리나(가명·36) 씨는 현재까지 매달 2700달러(약 300만 원)를 정부로부터 받고 있다. 이 금액은 웬만한 덴마크 정규직 노동자의 한 달 월급과 비슷하다. 카리나 씨의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자 “너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45세인 로베르트 니엘센 씨도 33세 때인 2001년부터 사실상 실업자로 있으면서 정부가 제공하는 이런저런 복지 혜택만으로 살아왔다. 그는 “패스트푸드점 같은 곳에서 하찮은 일을 할 수 있느냐”며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니엘센 씨의 사례 역시 최근 알려진 후 ‘덴마크식 복지 모델’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덴마크 정부는 먼저 조기 퇴직자 실업 수당부터 메스를 가했다. 퇴직 후 4년간 받아왔던 수당 수령 가능 기간을 절반인 2년으로 줄였다.

정부는 또 대학생에게 지급하던 생활비도 줄일 계획이다. 학생들이 보조금에 안주해 직업을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여행 등을 다니면서 대학생활을 연장하는 등 부작용이 많기 때문이다. 덴마크에서 5년제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학비 전액 면제뿐 아니라 매달 990달러(약 110만 원)의 생활비도 지원받는다. 정부는 종신으로 보조금을 받는 장애인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 복지기금이 새나가는 것을 막을 계획이다. 약 24만 명의 보조금 수혜자 중 9%가량은 장애가 심하지 않은데도 일을 하지 않고 보조금만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1∼5년 과정의 취업 재교육을 거쳐 노동시장에 내보낼 방침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1일 “그동안 ‘덴마크식 복지 모델’은 이곳에서 종교와 같은 것이어서 그 어떤 논의도 터부시됐지만 이제는 정부를 중심으로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덴마크는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피치 S&P 등으로부터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정책에 의존하는 국민이 너무 많아 근로의욕이 현저히 낮고 인구는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어 장기적인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덴마크 전국 지자체 98곳 중 주민의 과반수가 직업을 갖고 있는 곳은 2009년 59곳에서 올해 단 3곳으로 줄었다는 조사도 발표됐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덴마크#복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