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주헌]창조경제, 해외에너지 개발에 도전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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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요즘 창조경제가 화두다. 하지만 창조경제의 개념은 아직도 모호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창조경제에 정보기술(IT), 문화콘텐츠, 방송통신 등 벤처산업은 보이는데 전통산업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창조경제를 처음 언급한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의 정의에 따르면, 창조경제는 창의력으로 제조업, 서비스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경제를 말한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산업 및 기술의 융합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창조경제의 성패는 어떤 산업과 기술을 융합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조경제는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것을 융합하여 더 잘하게 만들어 주는 주마가편(走馬加鞭) 경제가 돼야 한다.

우리 경제의 주력산업은 여전히 전통 제조업이다.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9대 제조업은 우리나라 총 생산액의 44%, 총 수출의 68%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의 중추일 뿐만 아니라 경쟁력 또한 탁월하다. 사실 이들 전통산업을 빼고는 고용률 70%도, 중산층 70%도, 중소기업 육성도 모두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창조경제의 핵심 전략은 이들 전통산업과 IT 등 과학기술 간의 융합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의 주력산업은 하나 같이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원단위, 즉 단위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제일 높은 이유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다소비 구조는 중화학공업 육성이 추진된 1970년대 이후 오랜 세월에 걸쳐 고착된 구조로 단기간에 뒤바꿔 놓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따라서 창조경제도 단기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에너지 다소비 전통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에너지 안보는 여전히 창조경제의 중요한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대표적 에너지 빈국이다. 우리 경제의 중추가 외국의 자원정책에 달려 있는 형국이다. 군사안보가 북한에 의해 위협당할 수 있듯이 에너지 안보도 중동 산유국에 의해 언제든지 위협당할 수 있다.

에너지 안보는 자원개발 역량을 향상시켜 자원의 탐사, 개발, 생산 전 과정에 걸친 자원개발서비스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때 진정으로 강화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원개발서비스 수준은 연 매출 50억 원 안팎의 소규모 기업 20여 개가 겨우 영업 중일 정도로 형편없다. 그러다 보니 국내 기업들이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할 때도 총 지출의 80% 정도를 고스란히 외국 자원개발서비스 기업에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으로 수조 원의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져도 국내 고용이나 부가가치 창출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자원개발 역량 강화를 통한 내실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일단 환영한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1조 원 규모의 에너지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에 자원개발서비스 역량 강화 사업이 적극 반영되어 있지 않아 실망스럽다. 물론 미래창조과학부에 자원개발서비스센터의 설립을 계획하고 있지만 미래부 특성상 정책의 우선순위를 기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해외에너지개발은 탐사 단계부터 개발, 생산에 이르기까지 첨단기술과 전통산업이 함께 들어가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전 세계 시장 규모도 매년 약 500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막대하다. 창조경제가 도전할 만한 분야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창조경제#해외에너지 개발#제조업#서비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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