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규제 찔끔찔끔 풀면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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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풀어야 투자 늘고 일자리도 생겨… 경제민주화, 누구 옥죄는 것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당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당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기업 규제 완화를 강도 높게 주문했다.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기업의 투자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청와대가 공개한 A4용지 6장 분량의 박 대통령 발언은 모두 기업의 투자 촉진과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지원 등에 맞춰져 있었다. 임기 초 북한의 도발 위협 속에 안보 챙기기에 주력했던 박 대통령이 국정 핸들을 ‘경제 살리기’ 쪽으로 돌리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 어려운 상황에 그래도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많은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피부에 와닿게 (일부만 규제하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를 확 풀어야 투자도 많이 하고 일자리도 생긴다. 그냥 찔끔찔끔해서 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의 첫 번째 과제로 규제 완화를 들고 나온 것은 기업의 투자 없이는 경제부흥이 힘든 상황에서 기업들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살피느라 잔뜩 움츠려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제는 심리”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한 것도 위축된 기업의 투자 심리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의 기본 콘셉트가 뭐냐는 말이 있는데, 어디를 내리치고 옥죄는 게 아니라 각 경제 주체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땀 흘려서 일하면 꿈을 이룰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의 희망을 꺾자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 취지에 맞춰 하면 경제민주화는 틀림없이 제 길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가 일방적인 ‘대기업 때리기’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중소기업 지원책도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그동안 현장에서 보고 들은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공개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원산지 증명 문제는 중소기업들이 하기 힘들다” “중소기업은 (외국) 현지 정보도 받기 힘들고 판로를 개척하기도 어렵다” “과거에도 자유무역협정(FTA) 지원 대책이 있었을 텐데 중소기업이 왜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등이었다. 박 대통령은 또 잠정 중단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지원 방안을 각 부처가 협의해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 북한을 향해서는 “남북한 투자보장과 출입 등 합의서를 체결했고 북한은 마땅히 (이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덕중 국세청장은 이날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 대해 이번 달 부가가치세 납부기한을 최장 9개월 연장해주고 부가세 조기 환급을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개성공단 입주 기업 중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곳들은 공단 운영이 정상화할 때까지 조사를 유예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이날 경제 활성화 주문을 쏟아낸 것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절박함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에 앞서 100일 계획 등을 세우는 등 속도전을 강조했지만 정부 출범이 늦어지면서 100일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재명·강유현 기자 egija@donga.com
#박근혜대통령#규제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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