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데드라인 임박” 필사의 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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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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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정 특파원 中 쓰촨 지진 현장 르포

강진에도 흔들리지 않는 학구열 중국 쓰촨 성 톈취안 현의 한 고등학교가 이재민 임시 거주지 텐트 밖에 마련한 야외 교실의 책상에서 22일 학생들이 올여름 치를 대학입시 공부를 하고 있다. 학교 측은 여진으로 학교가 무너질 것을 우려해 학교 교실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쓰촨=신화 연합뉴스
강진에도 흔들리지 않는 학구열 중국 쓰촨 성 톈취안 현의 한 고등학교가 이재민 임시 거주지 텐트 밖에 마련한 야외 교실의 책상에서 22일 학생들이 올여름 치를 대학입시 공부를 하고 있다. 학교 측은 여진으로 학교가 무너질 것을 우려해 학교 교실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쓰촨=신화 연합뉴스
고기정 특파원
고기정 특파원
중국 쓰촨(四川) 성 야안(雅安) 시에서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22일 진앙인 루산(蘆山) 현 룽먼(龍門) 향은 가옥이 거의 대부분 파손돼 융단폭격을 맞은 듯했다. 매몰된 사람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황금의 72시간’이 23일 오전 8시로 다가옴에 따라 당국은 헬기를 투입하는 등 구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도로가 비좁은 데다 자원봉사 차량 등이 몰려 곳곳이 막히고 있고 궂은 날씨까지 겹쳐 구조 및 복구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야안 시에서 30km 떨어진 루산 현청 소재지를 거쳐 다시 구불구불한 산길 22km를 달려 찾아간 해발 1200∼1800m의 오지인 룽먼 향은 멀쩡한 가옥을 찾기 어려운 폐허로 변해 있었다. 산길 주변에 있는 어른 종아리 굵기만 한 대나무들은 뿌리를 드러낸 채 길에 쓰러져 있었다. 마을은 한 집 걸러 한 집이 폭격을 맞은 듯 폭삭 주저앉았다. 루산에는 그나마 콘크리트로 새로 지은 2층 이상 건물이 많았지만 룽먼은 벽돌과 흙으로 벽을 세우고 기와를 얹은 가옥이 대부분이어서 피해가 컸다.

추가 주택 붕괴를 우려한 주민들은 구호단체인 홍십자회 등이 제공한 텐트를 마당에 쳐놓고 장작불로 밥을 지어 끼니를 때웠다.

무장 경찰들은 도로를 통제하며 외부인의 진입을 막아 복구 및 긴급 구조 차량의 통행을 도왔다. 룽먼대교에서 교통을 통제하던 한 경찰은 “취재차 집에 접근했다가 무너지면 책임질 수 없다. 들어가지 말라”며 기자를 태운 오토바이가 건물 사이로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인민해방군은 공병단을 긴급 투입해 잔해를 제거하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2차 붕괴를 막으려고 주변을 정리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중장비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서는 군인들이 삽을 들고 작업했다. 군인들은 매몰된 사람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황금의 72시간’ 안에 구조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진이 발생한 날부터 사흘 연속 비가 내리면서 건물더미에 깔린 매몰자들은 숨쉴 공간이 줄어들어 생존 확률도 그만큼 낮아지고 있다. 매몰 72시간이 지나면 생존 확률은 10% 이하로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지진 피해가 집중된 루산 현과 바오싱(寶興) 현의 31개 마을은 외부와 교통이 끊긴 상태다. 구조 당국은 이들 지역에 22일 처음으로 헬기를 띄워 중상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고 의료진과 구조대, 지원 물자를 공수했다.

다만 대규모 인력이 투입된 루산 현청 소재지는 점차 정상을 찾아가고 있었다. 22일 이곳에 있는 슈퍼마켓 2곳이 문을 열었다. 이날 아침부터 야안 등 주변으로 가는 시외버스 운행도 본격화돼 주민 2300명이 길게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렸다. 루산 런민(人民)병원에는 여전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이동식 차량 발전기로 전력을 공급받고 주차장에 마련된 천막에서 환자를 치료하기도 했다.

22일 오후 7시 현재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89명, 실종자는 26명, 부상자는 1만2211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실종자는 루산 현이 122명, 바오싱 현 44명 등이다. 30여 개 산간 마을의 육상 교통은 여전히 끊긴 상태여서 추가 확인을 거치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주택 2만6411채가 완파됐고 14만2449채가 크게 부서졌다. 이재민은 17만1000여 명에 이른다. 이로써 전체 지진 피해자는 199만여 명으로 추산됐다.

여진은 22일 오후 4시까지 2360차례 발생했다. 오전 3시 40분경에는 땅이 크게 흔들릴 정도의 여진이 발생해 루산 도로의 천막에서 자던 이재민과 자원봉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기도 했다.

외국의 구호 지원이 필요 없다던 중국 당국이 198명의 러시아 구조대를 받아들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중국 외교부 직원의 안내로 세 그룹으로 나눠 청두(成都)에 도착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시대 이후 중-러 양국의 밀월 관계를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중국삼성은 22일 ‘루산 강진’ 피해자 위로금으로 6000만 위안(약 109억 원)을 냈으며 중국우리은행 등 한국 기업들의 위로금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룽먼=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쓰촨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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