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20홀 연장 ‘맨발투혼’ 최고의 명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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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3일 07시 00분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의 투혼 끝에 우승을 차지한 박세리의 20홀 연장전은 골프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명승부 중 하나다. 스포츠동아DB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의 투혼 끝에 우승을 차지한 박세리의 20홀 연장전은 골프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명승부 중 하나다. 스포츠동아DB
■ 한국 골퍼들의 기억남는 연장승부?

1998년 US여자오픈 92홀 승부 끝 승리
이후 연장승부에서 6번 우승 ‘멘탈’ 최고

유소연 KLPGA 최다 연장승부 기록 자랑
최경주 플레이어스CS 우승 18억원 대박


“연장, 연장 또 연장.”

골프 경기는 화끈함이 덜하다. 야구처럼 홈런 한 방으로 승부가 갈리는 일이 드물고 또 축구처럼 관중을 흥분시키는 역전골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연장 승부는 다르다. 보는 이도, 경기를 펼치는 선수도 긴장감에 휩싸인다. 정말 재미있다.

22일(한국시간) 열린 미 PGA 투어 RBC 헤리티지와 유러피언투어 스페인오픈은 모두 연장 접전 끝에 우승자가 가려졌다. 특히 스페인오픈에서는 라파엘 재클린(스페인)과 막시밀리안 키퍼(독일)가 연장 9홀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재클린이 우승했다. 유러피언투어 역대 최다 연장 타이 기록이다. RBC 헤리티지에서는 그레엄 맥도웰(북아일랜드)이 웹 심슨(미국)을 연장 1차전에서 꺾고 우승했다.

골프는 일반적으로 3∼4라운드 경기를 치러 우승자를 가린다. 여기서 승부가 나지 않을 때 연장전을 치른다. 일반적으로는 1홀씩 경기를 치러 적은 타수를 기록하는 선수가 우승하는 ‘서든데스’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런 승부가 9홀이나 계속됐다면 선수의 속은 시커멓게 타 들어갔을 게 뻔하다. 그러나 팬들의 입장에선 흥미진진하다. 역대 한국선수들의 연장전 명승부 속으로 들어가 보자.

○박세리 1998년 US여자오픈서 20홀 연장전

15일 끝난 제77회 마스터스. 예상과 달리 흥이 덜했다. 우승 후보로 손꼽혔던 타이거 우즈의 판정 논란, 그리고 로리 매킬로이의 부진 등이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밋밋하게 끝날 것 같았던 마스터스는 마지막 날 흥미진진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애덤 스콧(호주)과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의 연장 승부가 펼쳐지면서 흥행의 마지막 불씨를 지폈다. 드라마 같은 연장전이 없었더라면 역대 가장 재미없는 마스터스가 될 뻔했다.

이처럼 연장전은 흥행 성적표를 바꿔놓기도 한다. 국내 팬들에게도 기억에 남는 연장 승부가 많다. 1998년 박세리(36·KDB금융)와 제니 츄아시리폰(태국)이 펼친 US여자오픈은 첫 손에 꼽힌다. 당시엔 연장 승부가 18홀 경기로 치러졌다. 여기서도 승부가 나지 않아 다시 서든데스 방식으로 2홀 더 재연장 승부가 진행됐다. US여자오픈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기 위해 두 선수는 무려 92홀의 긴 승부를 펼쳤다. 다행히 피를 말리는 승부의 주인공은 박세리가 됐다.

이 우승 덕분이었을까. 박세리는 이후 6차례 연장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승부처에서 더 강한 선수가 됐다.


○‘연장전의 여인’ 유소연…최경주 연장전서 18억원 ‘대박’

연장전은 결과에 따라 상승과 하향곡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1년 유소연(23·하나금융)과 서희경(27·하이트)의 US여자오픈이 바로 그런 경기 중 하나였다. 이날 승리한 유소연은 2012년 제이미 파 톨리도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신인상까지 받았다. 반면 서희경은 이후 좀처럼 우승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유소연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다 연장 승부 기록도 갖고 있다. 그는 2009년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동갑내기 골퍼 최혜용(23·LIG)와 연장 9홀까지 가는 대접전을 펼친 바 있다. 이날의 승자 역시 유소연이었다.

최경주(43·SK텔레콤)의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연장 혈투 또한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이 대회는 제5의 메이저로 불릴 정도로 규모가 크다. 특히 총상금이 PGA 투어에서도 가장 많은 대회다. 72홀 경기로 승부가 끝나지 않았다. 최경주는 데이비드 톰스(미국)와 동타(13언더파 275타)로 경기를 끝내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이 펼쳐진 17번은 파3 홀로 한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악마의 홀로 불린다. 최경주는 이 홀에서 파를 잡았고, 톰스는 3퍼트로 보기를 적어내며 무릎을 꿇었다. 최경주는 이 우승으로 약 18억원(171만 달러)의 상금을 손에 넣었다. 짜릿한 승부였던 만큼 팬들의 기억엔 더 오래 남는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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