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창완 “아이디어만 갖고 제2의 저커버그 될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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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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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창완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장이 말하는 ‘창업으로 가는 길’

한양대 경영학과 3학년에 다니는 박종일 씨(25)는 1년 전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스포츠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업계획서를 들고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글로벌기업가센터장인 류창완 교수(50·사진)를 찾아갔다. 자신 있었다. 곧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같이 떼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류 교수는 대뜸 “다시 만들어 와”라며 호통을 쳤다. 투자 유치와 자금 운용 등 재무전략이 빠졌다는 이유였다. 박 씨는 “아이디어가 참신한데 재무전략이 대수냐는 건방진 생각이었지만 교수님의 조언을 듣고 차근차근 다시 준비했다”고 돌이켰다. 지금 박 씨는 스포츠앤세이라는 스포츠시설 마케팅을 해주는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의 창업자가 됐다. 올해 목표는 매출 5억 원을 올리는 것이다.

데이콤 사내 벤처 ‘사이버패스’를 성공적으로 일군 류 교수는 현재 창업 관련 과목을 가르치면서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전 한양대 경영대학장) 등이 “앞바퀴로 끌지만 말고 뒷바퀴로 밀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모교에서 일해 줄 것을 부탁하자 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창업에는 선배 창업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류 교수는 학생들에게 사업모델은 생명체와 같아서 계속 바뀐다는 점을 항상 강조한다. “처음 생각한 모델로 투자를 받고 기업공개(IPO)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변해야 하는데 처음 모델을 고집하는 창업자가 많아요.”

실제로 박 씨가 창업한 스포츠앤세이도 ‘스포츠 관련 SNS’에서 ‘스포츠시설 마케팅 IT서비스’로 진화했다.

류 교수는 창업지원제도의 가짓수는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창업 생태계가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 창업자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창업자들에게 ‘사장이 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늘 얘기한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사장질’을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류 교수는 “아이디어와 패기로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가 경영지식이 없어 실패하는 젊은이들을 수도 없이 봐왔다”며 “대학이 제대로 된 창업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기업들에 “신입사원을 뽑을 때 창업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우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창업 경험이 있는 직원은 최고경영자(CEO)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이나 애플은 창업 경력을 가장 좋은 ‘스펙’으로 친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류창완#한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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