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근대골목은 살아있는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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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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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수학여행 1만여명 유치… 3·1운동길-약령시 등 탐방

21일 대구 중구 동산동 근대골목투어 출발점인 청라언덕에 마련된 작은 음악회에서 경남도 스카우트연맹 소속 학생들이 가곡 ‘동무생각’을 따라 부르고 있다. 대구시 제공
21일 대구 중구 동산동 근대골목투어 출발점인 청라언덕에 마련된 작은 음악회에서 경남도 스카우트연맹 소속 학생들이 가곡 ‘동무생각’을 따라 부르고 있다. 대구시 제공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21일 오전 대구 중구 동산동 ‘청라언덕’에서 가곡 ‘동무생각’이 울려 퍼졌다. 이 가곡을 부른 이들은 수학여행을 온 경남도 스카우트연맹 소속 초등학생 500여 명. 대구 근대골목과 약령시를 둘러보다 이곳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함께 노래를 부른 것이다. 창원 삼정자초등학교 6학년 한재혁 군(12)은 “도심에 이런 역사와 전통이 남아 있어 희한했다. 책에 나오는 역사적인 장소를 직접 볼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청라언덕 주변은 100여 년 전 근대 건축물과 관광자원이 잘 보존돼 있다. 담쟁이덩굴 언덕이란 뜻의 청라언덕을 중심으로 3·1운동길(90계단)과 이상화 고택, 약령시 등으로 이어지는 골목은 역사를 간접 체험하는 ‘교과서’다. 대구 출신 작곡가 박태준(1900∼1986)은 청라언덕을 배경으로 1925년 동무생각을 발표했다. 요즘 골목투어 출발점으로 방문객이 줄을 잇는다. 민족시인 이상화(1901∼1943)가 작고하기 전까지 여생을 보내며 창작 활동을 한 계산동 고택도 학생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가 즐겨 읽던 책 100여 권과 행적을 담은 연보, 책상과 책꽂이 등이 비치돼 있다. 마당에는 나이 든 석류나무 감나무가 서 있고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비도 눈길을 끈다.

고택 바로 옆 근대문화체험관 계산예가(藝家)는 대구 출신 문화예술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학생들은 대구가 낳은 한국 근대미술의 대표적인 서양화가 이인성(1912∼1950)의 그림을 출력해 기념품으로 가졌다.

이처럼 대구 근대골목투어가 청소년 수학여행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지역 관광업체와 함께 경남도 청소년 단체관광객 1만여 명을 유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한국관광의 별’과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99곳’에 선정된 근대골목을 중심으로 역사교육 효과가 있는 관광지를 둘러본다. 경남도 스카우트연맹 청소년 1500여 명은 21일에 이어 27, 28일에도 찾는다. 또 경남도 청소년연맹 9000여 명은 20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낙동강 강정고령보와 디아크 문화관 등을 관람할 계획이다. 광주 걸스카우트 청소년 200여 명은 20일부터 2일 동안 근대골목투어와 방짜유기박물관, 신숭겸장군 유적지 등에서 각종 체험을 했다. 광주 우주소년단 200여 명도 20일 약령시와 이월드(옛 우방랜드) 등을 관광했다. 이들을 인솔해 대구를 찾은 장여선 광주 대성초교 교사는 “학생들 역사 교육과 흥미 모두를 만족시킨 알찬 여행이었다”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청소년들을 위해 문화관광해설사와 안내요원 10여 명을 배치해 대구의 근대역사를 알린다. 여행사 측은 이들에게 대구를 대표하는 관광지를 새긴 손수건을 기념으로 나눠주기로 했다. 시는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초중고교생들의 수학여행을 유치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김대권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새로운 관광자원을 발굴하고 다양한 맞춤형 여행프로그램을 개발해 미래 고객인 청소년 관광객을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청라언덕#동무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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