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전남 노인 교통사고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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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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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로 없는 도로… 음주-과속 반칙운전…
교통사고 사망자 12년새 절반 줄었지만 노인 사망자 비율은 22%→45%로 껑충

전남지역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노인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노인 비율은 2000년 21.6%에서 2012년 44.8%로 증가했다. 전남 노인 인구가 2000년 27만 명(13.5%)에서 2012년 36만 명(19.2%)으로 5.7%포인트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고령화보다 교통사고 사망 비율이 더 빠르게 증가한 셈이다.

○ 반칙운전에 희생되는 시골 노인

전남 고흥경찰서는 과속, 음주운전으로 노인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박모 씨(38)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박 씨는 14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도덕면 오마리 마을 앞 왕복 2차로에서 자신이 몰던 체어맨 승용차로 정모 씨(82·여)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박 씨는 낮술(혈중알코올농도 0.084%)을 마신 채 좁은 도로를 시속 140km로 질주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정 씨는 운동을 마친 뒤 보행로가 없는 도로 갓길을 걸으며 귀가하다 변을 당했다.

이처럼 노인 사망자 상당수는 운전자 반칙운전에 희생되고 있다. 전남지역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2000년 893명에서 2012년 458명으로 절반가량 줄었지만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는 2000년 193명에서 2012년 205명으로 6% 늘었다.

사고 유형도 보행로 없는 시골 도로를 걷던 노인이 가장 많이 숨진 것으로 분석됐다. 교통 약자인 노인들의 교통사고 사망비율 증가는 보행로나 가로등, 횡단보도가 없는 시골 도로의 열악한 교통 여건이 한 원인이다. 또 운전자들이 인적이 드문 시골길이라고 착각해 음주 과속 등 반칙운전을 일삼거나 노인들이 상황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2012년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 205명 중 보행자는 97명이었다.

○ 노인 교통사고 예방 안간힘

전남도는 노인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올해부터 5년간 260억 원을 들여 주민 통행이 빈번한 마을 앞 도로 377곳을 정비한다고 밝혔다. 정비 대상은 지방도로 가운데 20가구 이상이 사는 마을을 관통하는 구간, 지방도로와 접하고 있지만 도로 폭이 좁아 보행로가 없는 곳 등이다. 전남도는 이런 길을 2, 3m 넓혀 보행자나 농기계 등의 통행 공간을 확보할 방침이다.

전남지방경찰청은 노인이 운동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교통안전 생활 체조도 개발했다. 이 체조는 노인들이 트로트 가사에 맞춰 안전보행 요령, 대중교통 이용방법 등을 즐겁게 배울 수 있다. 경찰은 지난달까지 생활체육회 강사들과 함께 농어촌 마을 206곳을 돌며 노인 4960명을 대상으로 체조교육을 했다.

경찰은 안전모를 쓰지 않은 노인 오토바이 운전자는 처벌하는 대신에 안전모를 구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순찰차가 시골 도로 갓길을 걷는 노인들을 발견할 경우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운동도 펼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농번기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오후 6∼8시에 가장 사고가 많이 나는 만큼 이 시간대에는 야광조끼나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어야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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