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허대세’ 두산 허경민 3할 비결? 미련없이 때리기!

  • Array
  • 입력 2013년 4월 20일 07시 00분


두산 허경민은 올 시즌 공·수·주에 걸쳐 돋보이는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두산 선수들 사이에서 그는 ‘허대세’로 불린다. 스포츠동아DB
두산 허경민은 올 시즌 공·수·주에 걸쳐 돋보이는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두산 선수들 사이에서 그는 ‘허대세’로 불린다. 스포츠동아DB
■ 두산 허경민

프로 입단·군 입대…작년에야 첫 두각
현재 타율 3할 2푼·득점권 타율도 3할
“실패에서 배운다” 여유가 맹타의 비결
“손시헌·고영민 선배 한솥밥 난 행운아”


두산 허경민(23)은 요즘 ‘허대세’로 통한다. 성적만 봐도 19일까지 1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0(50타수 16안타)에 6득점 7타점 3도루를 기록 중이다. 속은 더 알차다. 주자가 있을 때 3할대 후반, 득점권에서 3할대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희생번트가 3개, 희생플라이가 2개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작전수행에 능하고, 필요할 때는 타점까지 뽑아주는 만점짜리 하위타자인 것이다. 그 덕에 ‘허대세’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고개를 저었다. 19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그는 “난 아직 ‘대세’가 아니다. 128경기가 끝나면 그때 제대로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잘 나가는’ 2008년 청소년대표 출신

허경민은 삼성 김상수, KIA 안치홍, 두산 정수빈(이상 23)과 함께 2008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팀 출신이다. 당시 주전 유격수를 꿰찰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지만, 뒤늦게 빛을 보고 있다. 팀에 손시헌(33), 고영민(29), 김재호(28) 등 내로라하는 내야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그는 입단 이듬해인 2010년 군(경찰청)에 입대해 TV 중계로 동기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지만, 억울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애들이 야구를 잘해서 부러운 것보다, (1군) 경기에 계속 나가는 게 부러웠어요. 경기에 나가면 어떤 결과든 나오는데, 전 그런 게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때를 기다리며 묵묵히 구슬땀을 흘렸다. 기회는 2012년 찾아왔다. 사실상 데뷔 첫 해였는데 공·수·주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올해는 잠재력을 터트리고 있다. 요즘은 되레 청소년대표 동기들의 부러움도 사고 있다. 개막 후 19타수 무안타의 부진에 빠졌던 김상수는 시즌 초반 맹활약하는 허경민에게 ‘허대세’라는 별명도 붙여줬다.

○맹타의 비결? 타석에서의 여유

허경민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타석에서 한결 여유로워졌다”는 것이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조급했던 지난해와 달리 자기 볼을 기다릴 줄 알게 됐다. 가장 달라진 점은 마음가짐이다. “제게는 타석 하나하나가 소중해요. 안타를 쳐도, 못 쳐도, 도루에 성공해도, 실패해도 배울 게 많으니까요. 코치님들이 제 단점에 대해 지적해주시니까, 야구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요. 찬스도 즐기게 됐어요. 작년에도 이상하리만큼 제 앞에 주자가 많이 모였는데, 그때는 ‘병살 치면 어떡하지? 나한테 찬스 오지 마라’고 기도했었는데, 지금은 ‘실패해도 괜찮다. 한 번 쳐보자’라고 생각하면서 타석에 들어서요.”

○손시헌-고영민과 한솥밥? 나는 행운아!

허경민은 국내서 내로라하는 실력을 자랑하는 손시헌, 고영민과 한솥밥을 먹는 것에 대해서도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두산은 선후배 관계가 좋기로 유명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그들이 없어야 내가 기회를 얻는 라이벌 관계다. 주위에서 “다른 팀에 가면 넌 주전”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허경민은 또 고개를 저었다. “(고)영민이 형, (손)시헌 선배님은 제가 존경하는 분들이에요. 조언도 많이 해주시지만, 선배님들의 플레이를 가까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얻는 게 정말 많거든요. 그 어떤 팀보다 두산에서 선배님들의 장점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저는 정말 행운아입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