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지 “골퍼 출신 CEO언니가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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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0일 07시 00분


19일 경남 김해 가야골프장에서 열린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 1라운드 18번홀에서 세컨샷을 하고 있는 조윤지. 사진제공|KLPGA
19일 경남 김해 가야골프장에서 열린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 1라운드 18번홀에서 세컨샷을 하고 있는 조윤지. 사진제공|KLPGA
■ ‘넥센·세인트나인’ 1R 단독선두 조윤지의 ‘스포츠 패밀리’ 이야기

아빠는 야구감독 엄마는 배구감독 출신
언니 조윤희는 지난해까지 함께 라운딩
이젠 매니지먼트회사 설립 내 뒷바라지
비밀수다 나누며 승리 전략 세워요


“언니가 뒤를 봐주니 더 든든해 졌어요.”

투어 5년차 조윤지(22·하이원리조트)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성적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든든한 지원군 덕에 골프가 즐거워졌다.

조윤지는 19일 경남 김해 가야골프장 신어·낙동코스(파72·6664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 2013’(총상금 5억원·우승상금 1억원) 1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단독 선두로 나섰다.

○야구, 배구, 골프까지 스포츠가족

2010년 데뷔한 그는 첫해 1승을 올리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실력보다 더 화제가 됐던 건 그의 가족이야기다.

아버지는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대행 출신인 조창수(64) 씨. 어머니는 여자 프로배구단 GS칼텍스 감독을 역임한 조혜정(60) 씨다. 그리고 언니 윤희(31) 씨는 함께 KLPGA 투어에서 뛰었던 프로골퍼다. 스포츠 가족이다.

가족 모두 운동선수 출신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운동과 친해졌다. 골프를 시작하게 된 것도 먼저 시작한 언니의 영향이 컸다.

둘은 자매 골퍼로 이름을 날렸다. 2002년 데뷔한 언니 조윤희는 동생보다 8년 먼저 프로에 입문했다.

언니의 존재는 투어에 첫발을 내딛는 조윤지에게 큰 힘이 됐다. 경험을 고스란히 전해 받은 조윤지는 빠르게 적응했다.

기술적인 부분을 떠나 정신적인 지주 역할도 했다. 모든 것이 낯선 투어 생활에서 언니는 숙소 문제부터 대회 진행과 현장 분위기, 캐디, 코스 공략 등을 알려줬다. 그것만으로도 신인인 조윤지에게는 엄청난 힘이 됐다.

사실 투어에서 아무리 친한 동료라고해서 모든 걸 털어놓지는 않는다. 코스 안에서는 모두가 경쟁자이기에 세세한 대화를 나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조윤희에게 동생 윤지는 경쟁자를 떠나 가족이다. 모든 걸 공유할 수 있는 관계다. 이런 언니의 도움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우승 소식을 먼저 전한 것도 동생 윤지다. 언니는 11년의 투어 생활 동안 우승이 없었지만 동생은 데뷔 첫 해 우승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첫날 1위로 나서며 통산 두 번째 우승 기회를 잡았다.

조윤지는 “언니가 있어 든든하고 편하다”면서 “솔직히 부모님께도 하지 못하는 말을 언니에게 다 털어 놓는다. 함께 투어 생활을 했던 터라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다. 조언도 해주고 답도 함께 찾아준다”라며 언니에 대한 무한 애정을 내비쳤다.

골프계 스포츠 가족으로 유명한 조창수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대행(왼쪽)과 큰딸 윤희(오른쪽) 씨가 2010년 라일앤스콧 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막내딸 윤지를 축하하며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KLPGA
골프계 스포츠 가족으로 유명한 조창수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대행(왼쪽)과 큰딸 윤희(오른쪽) 씨가 2010년 라일앤스콧 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막내딸 윤지를 축하하며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KLPGA

○“언니는 CEO, 나는 선수”

“언니 별명이 조이사예요.”

언니 조윤희는 지난해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대신 선수들을 뒷바라지 하는 매니지먼트 회사 ‘Q’를 설립하고 필드 밖에서 뛰고 있다.

사장님이라는 명함이 어색한 조윤희는 이사라는 직책을 달고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친구와 둘이 설립한 회사는 제법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소속 선수는 동생 윤지와 이정은(25·교촌치킨) 2명뿐이지만 출발이 좋다. 조윤지는 “언니 덕분에 새로운 스폰서(교촌치킨)도 생겼다. 또 회사를 설립하자마자 (이)정은언니가 좋은 성적을 내 분위기도 좋다”면서 “언니가 갑자기 그만두게 돼 선수 생활에 미련이 남을 수도 있을 텐데 새로운 일을 하면서 열심히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다”라며 흐뭇해했다.

지난해까지 투어를 함께 뛴 자매는 동료에서 사장님과 선수로 신분이 바뀌었다. 함께 생활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관계는 더 돈독해졌다. 서로를 잘 아는 터라 배려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동생 윤지는 언니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조윤지는 “더 이상 언니와 함께 필드에 설 수는 없게 돼 아쉽다”면서 “바람이 있다면 언니가 어깨를 쭉 펴고 다닐 수 있도록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선수인 내가 사장님이 된 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자매지간이다.

김해|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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