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靑 인사검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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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거래 개입 국정원 기조실장… 靑, 사전에 알고서도 무사통과
“부적절 처신” 여론 지적과 엇박자

박근혜정부가 출범 52일 만에 겨우 부처 인사를 끝냈지만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의 ‘부실 검증’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헌수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의 부적절한 주식 거래 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이 실장의 주식 거래 개입 과정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많다. 그런데도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은 이번에도 본인 해명만 듣고 무사 통과시켰다. 성접대 의혹 사건에 연루돼 낙마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나 역외 재산 은닉 의혹으로 사퇴한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의 인사검증 때도 민정수석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넘겼다가 역풍을 맞았다.

18일 본보 취재팀의 확인 결과 2009년 국정원을 퇴직한 이 실장은 2010년 법정에 증인으로 섰다. 자신의 오랜 친구인 양모 씨가 전직 국정원 직원 안모 씨와 안 씨의 부인 김모 씨를 공갈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안 씨 부부가 양 씨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국정원에 투서를 넣어 이헌수가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도록 하겠다”고 협박하자 이 실장은 양 씨를 만나 안 씨 부부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설득했다. 판결문에는 ‘이헌수는 당시 승진을 앞둔 시점에서 사소한 내용의 민원이나 투서에도 승진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심한 상황이었다’고 적혀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이미 세간에 알려졌다. 당시 뇌물 혐의로 구속된 김광준 검사가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 재직 당시 안 씨의 부인 김 씨에게서 ‘공갈 피소 건을 잘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8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이 실장 문제를 사전에 알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 고위 간부가 동료들에게 특정 주식을 사도록 권유하고, 또 과도한 수익을 얹어 되돌려 주도록 개입한 데 대해 도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청와대는 “모든 해명은 국정원에서 하기로 했다”며 함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제라도 인사검증과 판단의 실패를 되풀이하고 있는 청와대 민정라인을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천과 검증을 명확하게 분리하고 다운계약서 등 논란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해 자체적인 검증기준을 세워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것.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업무보고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허태열 비서실장을 대상으로 박근혜정부의 잇단 인사 실패를 질타하고 존안자료 활용 방안 등 인사시스템 개선을 요구했다.

이재명·조동주 기자 egija@donga.com
#인사검증#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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