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앞 음란행위… 시험문제 유출… 계좌번호 적힌 명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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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교사 ‘물의’ 자초한 부실 채용

‘학교에 변태가 들어온 것 아닌가요?’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기간제 교사의 음란행위’ 사건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고 한 누리꾼이 남긴 말이다. 동영상에는 이 학교의 기간제 한문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이모 씨(55)가 3학년 여학생 교실 앞 복도에서 성기를 꺼내 손으로 잡고 흔드는 모습이 담겨 있다. “선생님으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본보 18일자 A12면 교사가 여고생 교실 앞에서 자위행위

고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주부 황모 씨(46·여)는 “이야기를 듣고 소설인 줄 알았다. 그런 사람이 지금까지 교단에 서 왔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의 교사 이 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20년 가까이 기간제 교사로 교단에 섰다. 기간제 교사는 정규 교사의 휴직 등으로 학교에서 선생님이 필요할 경우 몇 개월 단위로 계약해 근무하는 임시 교사를 말한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양천경찰서 관계자는 18일 “이 씨가 평소에 학생들에게 ‘내가 무술 유단자로 힘이 세다’는 뜬금없는 말을 하거나 수업시간에 갑자기 발차기를 하는 등 특이행동을 보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이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씨는 2개월 전 아내와 별거에 들어갔으며 10대 후반의 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뿐만 아니라 최근 일부 기간제 교사들이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빚곤 했다. 지난달에는 충북 청주시의 한 중학교에서 담임을 맡은 기간제 교사가 자신의 통장 계좌번호가 적힌 명함을 학생들에게 나눠줘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12월에는 경기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 기간제 영어 교사가 기말고사 영어시험 문제 초안을 한 학생에게 건넸다가 적발됐다.

기간제 교사 채용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전국의 초중고교 기간제 교사 수는 2008년 1만8947명에서 2012년 3만8230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정규 교사 대비 기간제 교사 비율도 2008년 4.92%에서 지난해 9.87%로 4.95%포인트 늘어났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출산으로 인한 휴직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어떤 과목에서 휴직 교사가 생길지 예측할 수 없어 현실적으로 기간제 교사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간제 채용과 관리는 전적으로 학교장 재량에 따라 이뤄진다.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때 전에 근무했던 학교에 문의해 근무 자세 등을 물어본 뒤 채용하도록 교육청에서 지침을 내리지만 법으로 정해진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단속하거나 강제할 수 없다. 학교장이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면접을 거치고 수업 시연도 시키지만 실제 제대로 진행했는지에 대해서는 교육청의 감독 권한이 없다. 법적으로 기간제 교사의 채용, 관리 모두 학교장의 권한이다.

또 기간제 교사에 대한 평가 기록도 해당 학교만 보유하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뒤 이 씨가 근무했던 학교들로부터 이 씨에 대한 평가를 받아본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어떤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함부로 다뤄 문제가 있다’고 평가한 반면에 다른 학교에서는 ‘애들을 잘 가르쳤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모든 기간제 교사를 도매금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출산·육아 휴직 등으로 생기는 결원은 시간이 촉박한 상태에서 급하게 기간제 교사를 채용해야 하기 때문에 교사로서의 인성, 도덕성 등에 대한 검증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2월까지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다 최근 임용된 A 씨(27·여)는 “기간제 교사로 계약하기 전에 면접을 보면서 일주일에 두 번은 오후에 남아 공부방을 지도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어 받아들여야만 채용을 하겠다고 했다”며 “정규 교사는 신규 연수를 받으며 교육자로서의 자세에 대한 내용도 연수를 받지만 기간제 교사는 그런 연수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창·주애진 기자 ramblas@donga.com
#교사 자위행위#변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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