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플러스] 미래 없는 ‘하루살이 로테이션’ 김응룡의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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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9일 07시 00분


한화 김응룡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김응룡 감독. 스포츠동아DB
■ NC전서 드러난 80년대 선발운용 한계

선발은 용병 2명뿐 나머지는 땜질 출격
팀 재건 위한 풀타임 선발 육성은 포기


백전노장 한화 김응룡(사진) 감독이 선발로테이션과 마운드 분업의 파괴를 승부수로 띄웠다. 선발과 불펜, 마무리까지 역할이 세분화돼 있는 현대야구에선 ‘파격’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극단적 선택이다. 마치 김 감독이 처음 프로야구 사령탑에 올랐던 1980년대, 3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마운드 운용이다. 한화는 19일 경기 선발을 18일 경기 9회에 결정했다. ‘내일이 없는’ 마운드 운용의 단적인 사례다.

○한화 선발은 고작 2명?

한화 김응룡 감독은 18일 대전 NC전을 앞두고 “이제 선발은 외국에서 온 2명(바티스타, 이브랜드)뿐이다. 김혁민, 유창식은 선발로 나오면 부담이 되는지 투구폼부터 이상해진다. 수비도 약하니까 초반에 와르르 무너진다. 하지만 중간에 나가면 또 잘 던진다. 선발은 상황에 따라 정하고, 투수가 점수를 주기 시작하면 바로바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한화 김성한 수석코치는 “선발을 5명 정해놓고 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선발로 나가면 못 던지는데, 중간에 나가면 자기 공을 잘 던진다. 그렇다면 중간에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한화가 5할 승률에 도전하기 위해선 이기는 경기에 더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이미 17일 NC전에서도 이브랜드, 유창식, 김혁민, 안승민을 모조리 투입해 가까스로 승리했다. 시즌 전에 구상했던 선발 3명과 마무리, 여기에 현재의 마무리까지 모두 등판했다. 18일에는 선발 김광수를 고작 2이닝 만에 교체했다. 9구단 체제로 중간 중간 사흘씩 휴식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같은 마운드 운용은 전반기 종료 직전 또는 시즌 말에나 볼 수 있는 극단적 방법이다.

○선택과 집중? 그렇다면 미래는?

김응룡 감독은 스스로 “1980년대 프로야구 초창기가 생각난다. 그 때는 (선발) 5명을 정해놓고 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워낙 선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말처럼 올해 한화 마운드는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이적, 박찬호의 은퇴, 양훈의 군 입대로 2000년대 이후 최약체로 꼽힐 정도다. 김 감독의 기억 속 프로야구 초창기의 팀처럼 마운드 전력이 떨어진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한화 코칭스태프는 결국 파격적인 투수진 보직 파괴를 결정한 듯하다. 김성한 코치는 “투수파트 코치진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 같은 선택이 궁극적으로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올 시즌 한화의 목표가 포스트시즌 진출, 5할 이상의 승률이라면 백전노장인 김 감독과 베테랑 코치들이 어쩔 수 없이 택한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를 염두에 두고 팀을 재건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면, 풀타임 선발투수 육성마저 포기한 ‘위험한 도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수 있다.

대전|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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