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바우처 대금정산 지연 작년 1만1941건… 복지기관 ‘복지 스톱’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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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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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50~90% 바우처카드로 결제
지자체 예산 모자라 제때 정산 못해
일부 센터들 체임 일쑤… 대출로 지탱

서울 강서구에서 발달장애아동 놀이치료센터를 운영하는 진모 씨(38).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빌려 치료사 6명의 월급과 임차료를 충당했다. 진 씨가 빚을 낸 이유는 정부로부터 바우처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서다. 지난해 10월부터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이상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진 씨는 “당장 센터를 운영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 씨처럼 전자바우처 대금 지급이 늦어져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복지기관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바우처 대금의 늑장 지급 건수는 1만1941건에 이르렀다. 올 1, 2월에도 1365건이 늑장 지급됐다. 2월 말 현재 9억8000만 원이 여전히 지급되지 않았다.

전자바우처는 사회서비스가 필요한 노인, 장애인, 산모,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이 전자바우처 카드로 결제하면 정부가 나중에 기관에 돈을 준다. 노인돌봄, 장애인활동지원, 산모신생아도우미지원, 가사간병방문, 발달재활서비스, 지역사회서비스, 언어발달지원 등 7개 분야의 7316개 사업장에서 사용 중이다.

현재 서비스 이용자의 50∼90%가 전자바우처로 결제한다. 대금은 매달 5, 15, 25일에 정산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개발원)에 예탁한 돈을 개발원이 날짜에 맞춰 기관에 입금하는 식이다.

문제는 예탁금의 50% 이상을 부담하는 지자체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제때 지급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서울의 A구 관계자는 “예전에는 예산이 부족하면 정부 신용으로 대출받아 예탁금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이 안 돼 예탁금을 못 내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도 원인이다. 이를테면 지난해 발달재활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 예산은 481억 원으로 책정됐지만 실제로는 560억 원이 소요됐다. 결국 초과된 약 80억 원의 지급이 지연됐다. 지난해 발달재활서비스 분야의 바우처 대금 늑장지급 건수는 7642건으로 7개 사업 중 가장 많았다. 한 기관은 지난해 29회나 대금을 늦게 받았다.

복지 기관은 치료사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서울 노원구에서 언어발달서비스 기관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자영업자가 카드사로부터 카드대금을 받지 못하는 일과 같은 고통을 당하는 셈이다. 바우처를 받지 말자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금 지연 문제가 있었지만 잘 해결됐다. 미미한 문제이지 제도 전반의 문제는 아니다. 게다가 정부도 지자체 예탁금 납부 현황을 독려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바우처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예탁금 지급 횟수를 연 2∼4회 정도로 줄이면 장기수요 예측이 가능하고, 그에 따라 예산 확보가 가능하므로 대금의 늑장 지급을 막을 수 있다고 제안한다.

신 의원은 “대금의 늑장지급이 만성화되면 바우처를 받지 않는 기관이 나오고,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유근형·이철호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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