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출산 후 재취업 때 가산점 주는 것은 과잉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8일 03시 00분


이른바 ‘엄마 가산점’ 도입 방안이 국회 심의에 들어갔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임신 출산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둔 여성 근로자가 국가기관이나 기업체 등에 재취업하려고 할 때 채용시험 득점의 2% 범위 내에서 가산점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1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5∼54세 기혼 여성 986만 명 가운데 결혼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겪는 여성은 190만 명에 이른다. 우수한 인적 자원으로 평가받는 우리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당사자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문제는 자녀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나서 다시 취업하려고 하면 취업 자체가 매우 힘들다는 사실이다. 재취업을 한다고 해도 이전 경력을 살리지 못한 채 단순 직종과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경우가 흔하다. 여성의 지식과 경험을 더 이상 사장(死藏)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권장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재취업 때 가산점까지 주는 것은 실효성과 형평성에서 살펴볼 여지가 많다. 우선 어떤 사람을 경력 단절 여성으로 보아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 형평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일부 여성에게 너무 큰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남성과의 형평성도 따져봐야 한다. 병역을 마친 남성이 취업할 때 가산점을 부여하는 군 가산점제도는 1999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았다. 군 가산점제도를 다시 도입하자는 논의는 그동안 꾸준하게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 의무인 군 복무에 대한 별도의 보상은 위헌이며 여성 차별이라는 주장이 많아 국회 처리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임신 출산 여성에 대한 재취업 가산점제를 시행한다면 군 가산점제를 반대해온 논리도 무너질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인 특성에 따른 결과를 취업과 연결짓는 시스템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신체적 결함으로 인해 본인이 원하는데도 군대에 갈 수 없는 남자도 군 가산점제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여성에게도 재취업 가산점제는 역차별에 해당한다.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훈련과 교육을 강화하고, 여성이 애당초 직장을 그만두지 않도록 육아휴직제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하면서 무상보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엄마 가산점#신의진#출산 후 재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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