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한미 정상회담서 잘 풀릴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 ‘전문직 美비자 年1만5000개’ 요구했지만… 美는 ‘5000개’ 할당
■ 美의회 이민개혁법 최종안 마련

미국 상원 ‘8인 위원회’가 초당적 이민 개혁법안 최종안을 마련하면서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들에 일률적으로 연간 5000명 한도의 전문직 비자(E-3) 쿼터를 주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정부는 그동안 연간 1만5000명가량의 별도 쿼터를 인정받기 위해 총력 외교전을 펼쳐왔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최종안이 한국인 E-3 쿼터 관련 규정을 두긴 했지만 한국뿐 아니라 싱가포르와 칠레 등 FTA를 맺은 10여 개 국가에 연간 최대 5000명의 쿼터를 할당해 주겠다는 것”이라며 “5000명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1만5000명의 3분의 1 정도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졸 이상 전문 인력의 미국 취업 기회를 넓히기 위해 현재 3500명인 E-3 비자 쿼터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정부는 당초 미국 의회가 별도의 법안으로 이를 보장하도록 로비를 펼쳤다. 하지만 미국 의회는 올해 초당적 이민개혁 법안 마련에 나서면서 E-3 문제 등 관련 이슈를 개별 이슈가 아니라 한 틀에서 다루기로 선을 그었다. 최근의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국이 열심히 뛰어서 미국의 다른 FTA 체결국에 좋은 일만 시켜준 꼴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한국의 E-3 비자는 다른 FTA 체결국과 분리해 다루고 쿼터도 좀 더 늘리기 위해 막판 로비를 펼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푸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6일 오후 ‘8인 위원회’에 소속돼 이민 개혁 법안 마련을 주도해 온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척 슈머 상원의원(민주·뉴욕)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최종안의 내용을 듣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가 17일자에 보도한 최종안에 따르면 2011년 12월 31일 이전에 입국한 불법 체류자들은 1000달러(약 112만 원)의 벌금과 미납 세금을 납부하고 신원조회 등을 거친 뒤 임시 신분을 신청할 수 있다. 이후 10년 동안 영어를 공부하고 취업을 계속하면 영주권을 얻고 3년 뒤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어릴 때 미국에 온 청소년은 5년 내에 영주권을 받는다. 불법 체류자 약 1100만 명 중 상당수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은 공화당 요구대로 국경 경비를 대폭 강화하도록 했다. 매년 3만 명 이상 적발되는 멕시코 접경 등 ‘고위험 국경 구간’의 불법 월경자 체포율이 5년 이내에 90%를 넘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2단 펜스와 드론 등 감시기술을 적용하고 이를 위해 3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학사학위 취득자에 대한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비자 쿼터는 6만5000개에서 11만 개로 확대하고 향후 18만 개까지 쿼터를 늘릴 계획이다. 석사학위 취득자에 대한 비자 쿼터도 종전 2만 개에서 2만5000개로 늘어난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