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다, 눈물이 조금 났었는지…” 맹장 김응룡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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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8일 07시 00분


한화 김응룡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김응룡 감독. 스포츠동아DB
카리스마의 대명사였던 김응룡(72·사진) 한화 감독이 개막 13연패를 끊은 날 정말 눈물을 흘렸을까. 그 진실 여부가 17일 전국의 야구팬들과 각 팀 감독, 선수들에게도 큰 화제가 됐다.

16일 김 감독은 대전에서 NC에 승리한 직후 방송 인터뷰를 했다. 눈가가 촉촉이 젖은 모습이 클로즈업되자, 대전 관중은 “울지마!”를 연호했다. 김 감독은 곧이어 신문 기자들과 만나 “나는 잘 우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가 다시 “울만했다. 야구인생에 손꼽히는 날이다. 영원히 잊지 않겠다”며 모호한 답을 했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 사령탑으로만 23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거장이다. 그리고 16일 승리까지 포함해 무려 1477승을 거둔 명장이다. 눈빛 하나로 해태의 스타들을 압도했던 맹장이 눈물을 보였다는 것을 애제자인 선동열 KIA 감독은 좀처럼 믿지 못했다. 선 감독은 17일 광주 LG에 앞서 “내가 아는 감독님은 눈물 흘리실 분이 아니다. ‘울만했다’는 말씀은 그 만큼 1승이 간절했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감독은 같은 시간 대전에서 매우 솔직하게 모든 진실공방에 마침표를 찍었다. NC전을 앞두고 덕아웃에서 김 감독은 “잘 울지 않는다. 연기를 잘해서 마음만 먹으면 금방 울 수는 있다”며 웃은 뒤 잠시 말을 멈췄다가 “그런데 모르겠다. 눈물이 조금 났었는지도…. 정말 잊을 수 없는 경기다”고 털어놓았다.

간절히 소망하던 것이 이뤄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눈가에는 촉촉이 이슬이 맺힌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 감독에게도 8년여 만에 현장에 복귀하자마자 겪은 개막 13연패는 큰 아픔이었을 터. “다 내 잘못이다. 수치스러웠다”, “팬과 선수들에게 정말 미안했다”는 말 속에는 김 감독이 그동안 얼마나 시즌 첫 승을 염원했었는지가 잘 녹아있다. 눈가에 눈물이 얼마나 비쳤는지는 본인을 포함해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날 밤 노장의 가슴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대전|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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