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부산 명륜, 1번가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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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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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인들 병뚜껑-빈캔 모으기 운동 2년

쓰레기 없는 거리로 행복 나눔 바이러스가 번지며 깨끗한 거리로 변신한 동래구 명륜1번가가 부산의 명품거리로 뜨고 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쓰레기 없는 거리로 행복 나눔 바이러스가 번지며 깨끗한 거리로 변신한 동래구 명륜1번가가 부산의 명품거리로 뜨고 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13일 늦은 밤 인파로 붐비는 부산 동래구 명륜동 명륜1번가는 깔끔함 그 자체였다. 대부분의 도심 번화가에서 광고 전단들이 넘쳐나 쓰레기장을 연상케 하는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2, 4번 출구 인근에 350여 개의 음식점이 몰려 있는 명륜1번가가 ‘명품 거리’로 뜨고 있다. 나눔을 실천하는 명소로 자리 잡은 덕분이다.

명륜1번가는 2011년 7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에 병뚜껑과 빈 캔 모으기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명륜1번가 번영회장 정상근 원산해물탕 대표(58)가 버려지는 병뚜껑과 빈 캔을 모은 것이 계기가 됐다. 초창기에는 일부 업소만 참여했지만 지금은 80여 곳으로 늘었다. 연말까지 5∼7t 분량의 재활용품(500만 원 상당)을 모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이미 모은 200여만 원으로 10가구에 도움을 줬다.

명륜1번가 번영회의 ‘행복 나눔 바이러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3월에는 음식점 33곳의 주인들이 모여 ‘명륜1번가 번영회 장학회’를 만들었다. 임차료 주기도 빠듯하지만 월 10만 원씩을 적립했다. 올해 2월 28일에는 지역 내 차상위 계층 중고교생 40명을 위한 장학금 2000만 원을 동래구에 기탁했다.

이 거리의 터줏대감 격인 ‘통속으로’는 한 달에 두 번씩 200여 명의 노인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논두렁추어탕’ ‘목촌돼지국밥’ ‘일신초밥’ 등은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에게 반찬봉사를 한다.

부산 도심은 업소 간 갈등이 잦지만 명륜1번가는 그런 게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명륜1번가 일대를 우수외식업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번영회 정상근 회장이 각 업소들이 모은 병뚜껑과 빈 캔을 들어 보이고 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번영회 정상근 회장이 각 업소들이 모은 병뚜껑과 빈 캔을 들어 보이고 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명륜1번가가 이처럼 모범 거리가 된 데는 이곳에서 12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정 회장의 노력이 컸다. 그는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을 접하면서 2011년 1월 불우이웃 돕기 성금 2000만 원을 동래구청에 쾌척했다. 기부금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차상위 계층 100가구에 20만 원씩 지원됐다. 올해 1월에도 1000만 원을 동래구청에 내놓았다. 이 돈은 교복을 마련하지 못한 중고교생 50명에게 20만 원씩 전달됐다.

이곳에서 목촌돼지국밥집을 운영하는 명륜1번가 번영회 수석부회장인 박달흠 사장(55)과 부인(50)은 지난해 8월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5년간 1억 원 기부를 약속한 것. 이 집은 착한가게(185호점)에도 가입해 매월 한 차례 결식아동 돕기 봉사를 하고 있다.

명륜1번가 상인들은 요즘도 아름답고 깨끗한 거리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시민이 찾고 싶고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기 위해서다. 매일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이 일대에서는 각종 광고 전단 배포를 둘러싸고 한바탕 전쟁이 벌어진다. 전단을 뿌리는 이에게는 자제를 당부하고 흩어진 전단은 일일이 줍는다. 청소 책임자인 한기남 씨(61·여)는 “3개월 전만 하더라도 이 일대가 각종 전단으로 엉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버리는 사람이 부끄러워할 정도로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손님도 크게 늘었다. 정 회장은 “명륜1번가가 깨끗하고 아름다운 나눔의 거리로 자리 잡은 것은 모든 회원의 자발적인 참여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와 온정이 다른 곳으로도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부산 명륜#쓰레기#재활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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