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귀한 주꾸미, 꽃게가 울고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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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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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저온에 어획량 급감 작년보다 50% 오른 kg당 3만원… 암꽃게보다 비싸

인천이 고향인 주부 이성미 씨(42)는 14일 중구 항동 인천종합어시장을 찾았다. 제철을 맞은 주꾸미를 사서 저녁 식탁에 올릴 작정이었다. 주꾸미가 불포화지방산과 DHA가 풍부해 아이들에게 한번 먹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이 씨는 예년에 비해 턱없이 오른 가격에 깜짝 놀라 빈손으로 발길을 돌렸다. kg(10∼15마리)당 3만 원을 넘어 알이 꽉 찬 암꽃게(kg당 2만5000원)보다 비쌌다.

이 씨는 “주꾸미가 다른 수산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대신 영양가는 풍부해 매년 봄이면 빼놓지 않고 가족과 즐겨 먹었다”며 “지난해 봄에는 1kg에 2만 원 정도면 주꾸미를 샀는데 올해는 50% 이상 올라 지갑을 열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해마다 봄이면 인천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주꾸미의 어획량이 올해 크게 줄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문어과의 연체동물인 주꾸미는 수온이 올라가는 4월이면 포란기를 맞아 서해 연안으로 몰려든다. 이때 잡히는 주꾸미는 육질이 쫄깃하고, 씹을수록 은근한 맛이 우러난다. 특히 주꾸미 암컷은 흔히 머리라고 불리는 몸통에 쌀같이 들어 있는 ‘알집’ 부위를 씹을 때 느낄 수 있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어서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그만이다. 주꾸미에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이 많아 당뇨 예방과 원기 회복, 숙취 해소 등에 효과가 있어 성인 남성들이 즐겨 먹는다.

하지만 올해는 이상 저온 현상으로 아직 바다 수온이 낮기 때문에 주꾸미 어군이 늦게 형성되면서 어획량이 줄어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올랐다. 지난주 중반에는 인천종합어시장과 소래포구어시장 등에서 살아 있는 주꾸미가 kg당 4만 원까지 거래됐을 정도다.

14일부터 주꾸미의 가격이 내려가 kg당 2만3000∼2만5000원에 경매돼 시민들에게 3만 원에 팔렸다. 내렸다곤 해도 지난해 같은 시기 경매가 1만5000∼2만 원에 비해 크게 오른 것이다.

어민들은 20일 이후 수온이 올라가 주꾸미 어획량이 예전처럼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경인전철 인천역에서 가까운 동구 만석부두와 중구 북성부두, 강화도 선두리포구, 매음리포구에서는 매일 어선 40여 척이 조업에 나가 주꾸미를 잡아온다. 물때를 감안해 배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가면 싸게 살 수 있다. 썰물과 밀물의 차가 가장 큰 음력 1, 15일에 주꾸미가 연안으로 나와 그물에 많이 걸린다.

이들 어시장과 포구 주변에 늘어선 식당에서도 주꾸미 요리를 팔지만 동구 만석동에 주꾸미 식당 거리가 조성돼 있다. 주꾸미를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샤부샤부’와 여러 채소를 고추장에 볶아 내는 볶음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인천종합어시장 조한섭 기획실장은 “주꾸미는 만졌을 때 빨판이 짝짝 달라붙고, 몸통이 갈색을 띠는 것이 신선하다”며 “중국산이 많기 때문에 원산지 표시를 정확히 확인한 뒤 가급적 살아 있는 것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꽃게#쭈꾸미#이상 저온#어획량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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